정부가 청소년 대상 마약 범죄에 엄단 의지를 밝힌 가운데 후속 대책으로 청소년 마약사범에 대한 집중 치료 시설 마련에 나선다. 최근 몇 년 새 폭발적으로 늘어난 청소년 마약사범 치료에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만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충남 공주 소재 국립법무병원 약물중독재활센터에 마약 등 약물 중독 청소년을 치료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청소년 약물 중독 전문 치료 시설이 마련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마약 등 약물 중독으로 소년교도소에 수감되거나 소년원에 입소하는 19세 이하의 청소년이 대상이다.
국립법무병원 내에 청소년 약물 중독 치료 시설이 마련될 경우 청소년 마약사범은 소년원이나 소년교도소에 수감되는 대신 병원 내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다. 다만 입원해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법무부는 국립법무병원 측과 전담 정신과 전문의 등 의료진을 확충하고 별도의 병실을 확보하는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마약 등 약물에 중독된 청소년의 경우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보호소년법에 따라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 약물 남용으로 7호 처분을 받을 경우 전국에서 유일한 소년 의료 보호시설인 대전의료소년원에 수감돼 재활 치료와 요양을 하게 되지만 전담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약물 중독 청소년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소년원’ 설치가 추진됐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중단된 바 있다.
정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약물 중독 치료 시설 마련에 나선 것은 최근 청소년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은 481명으로 2017년(119명) 이후 5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직업 분류상 학생이 유흥업·서비스업 종사자보다 마약 사건에 연루되는 사례가 더 많을 정도로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마약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 반면 정작 치료 시설이 전무해 성인이 되면서 중독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 약물 중독 치료 시설 설치는 청소년 마약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꼽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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