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1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기업의 설비를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일방적인 통신 채널 단절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 입장 표명하며 군사 도발 징후를 보이는 북한에 대해 태도 선회를 압박했다.
권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의 설비 무단 사용은 재산권 침해”라며 “위법행위를 강력 규탄하며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밝혔다. 2016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됐지만 최근 개성공단 내 물자 축적 등 무단 가동 동향이 포착됐다.
권 장관은 이같은 위법 행태에 대해 법적 대응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 강조했다. 다만 법적 조치가 책임을 부과하는 이상의 실효적 대책으로 작동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에 우리 측의 자산을 보장하는 내용이 있지만, 남북간 왕래가 없는 탓에 배상액 산정부터 강제력 동원까지 제한이 클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위법 행위를 부각한다는 측면은 있을 수 있으나 법적인 효력을 가지고 북한의 반응을 끌어낼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국군 포로들이 국내에서 북한에 소송을 제기했던 전례 등을 살피며 북한에 책임을 부과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후속 대책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권 장관은 “(북한에) 구체적인 법적 조치를 하는 데는 상당히 제한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가능한 조치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장관은 북한이 7일부터 닷새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및 군 통신선 연락에 불응한 것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스스로를 고립시켜 더욱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간 통일부는 남북간 대화를 유도했지만 권 장관은 북한에 연락 채널에 응하라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통일부 장관 본인 명의의 성명 발표는 2013년 7월 이후 10년 만이다. 권 장관은 이례적 성명 발표 배경에 대해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는 북한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명한 선택을 바란다는 차원에서 (성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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