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스쿨존 인도로 돌진해 배승아(9) 양을 사망케 하고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전 공무원 A(66) 씨가 당초 진술과는 달리 사고 당시 소주 1병 이상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경찰청은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사고 이튿날인 지난 9일 운전자를 소환해 진행한 조사에서 A 씨는 당시 소주 1병을 마셨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A 씨는 사고 당일인 8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아이들을 충격한 줄 몰랐다. 기억이 없다"면서 소주를 반병 정도 마셨다고 진술한 바 있다.
A 씨, 지인들과 노인복지관 구내식당서 술자리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 8일 낮 12시 30분께 대전 중구 태평동의 한 노인복지관 구내식당에서 가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소주 1병을 마시고 자리를 먼저 떠났다. 당시 이 자리에는 A 씨를 포함해 9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60대 중후반으로 이날 술자리에서 맥주와 소주를 포함해 모두 13∼14병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에는 A 씨와 같은 전직 공무원들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후 2시께 구내식당을 먼저 나와 술 취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자택이 있는 둔산동까지 5.3㎞가량 운전하다 20여분 뒤 사고를 냈다.
경찰은 이 식당 주인과 술자리에 있었던 지인 2명 등을 불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특가법상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도 검토”
경찰은 또 사고 당시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A 씨를 상대로 가해 사실 인지 여부를 조사해 추가로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처음 진술한 대로 기억조차 없을 만큼 술에 취해 사고를 낸 것이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도 추가 적용할 수 있다"면서 "정확한 음주량과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A 씨는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면서 "사고를 막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그렇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아울러 A 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지인들의 음주운전 방조 혐의 등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화섭 대전경찰청 교통과장은 "당시 술자리에 있던 지인들이 A 씨가 술을 마신 것은 알았지만,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며 "음주운전 묵과도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이들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A 씨는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등 혐의로 구속됐다.
한편 배 양의 발인식이 이날 오전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눈물 속에 엄수됐다. 흐느낌만 가득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배 양 어머니는 상실감이 깃든 표정으로 힘없이 인형만 꼭 손에 쥐고 있었다. 혼자 두 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는 엄마를 위로해주던 애교 많던 딸을 하루아침에 잃은 엄마는 눈물로 사랑스러운 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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