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고객이 불합리한 클레임을 걸며 기업·종업원을 괴롭히는 이른바 '카스하라(カスハラ·고객에 의한 괴롭힘)'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고객의 '갑질'을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나선 기업이 등장해 화제다. 카스하라는 '고객'의 일본식 영문 발음인 '카스타마(customer)'와 '괴롭힘(harassment)'의 합성어다.
최근 닛테레방송에 따르면 아키타(秋田) 현의 버스회사인 다이이치(第一) 관광버스는 지난달 지역신문에 '그 불만, 지나친 것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지면 광고를 실었다. "손님은 신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는 굵은 글씨로 표시했다.
광고에는 "최근 몇 년간 사소한 일로 불합리한 클레임을 넣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이 있다"면서 "회사 잘못으로 사과하는 경우도 있지만, 블랙박스로 확인해 잘못이 없음을 해명해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고객도 많다"는 내용이 담겼다. 회사 측은 "(우리 버스는) 아이들의 통학, 어르신의 병원 진료와 쇼핑 등을 위한 지역의 '발'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명을 다 하겠지만, 우리 생각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이이치는 승차료를 안 낸 손님에게 다음 날 수금하러 갔더니 "줄 것 같으냐"면서 되레 호통만 들은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기사의 운전이 거칠지도 않은데 "운전사를 해고하라"는 강요도 있었다고 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한 지역 주민이 해당 광고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 반향이 커졌다고 전했다. 해당 광고를 올린 게시글은 12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진상', 심할 경우 범죄행위 해당…업무방해죄·강요죄
'카스하라'가 심해질 경우 범죄에 해당하는 사례도 있다.
책상을 폭력적으로 두드리며 큰 소리로 요구하는 행위는 위력업무 방해죄, "무릎 꿇어라" 등 과도한 사과를 요구하면 강요죄, 인터넷상에 악평을 퍼뜨리거나 성의를 보이라고 다그치면 공갈죄에 해당한다. 일본 후생 노동성에 따르면 이같은 카스하라를 견디다 못해 심신이 피폐해져 일을 그만두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케우치 히로미(池?裕美) 간사이대 교수는 닛테레에 "SNS 등에서 다른 이들이 (기업체를 상대로) 올리는 사소한 불만을 자주 보게 되면서 고객들이 기업에 문제를 제기하는 범위가 넓어진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체 차원에서 어떤 행위가 카스하라인지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직원 보호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 신발 달라고 백화점서 난동…한국에도 존재하는 '카스하라'
우리나라 또한 백화점 직원과 자영업자 등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고객 갑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무례함은 기본,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행패를 부리는 일도 비일비재해하다.
지난 1월에는 영등포의 한 백화점에서 신발 진열대를 부수고 바닥에 드러눕는 등 행패를 부린 여성 A씨가 입건됐다.
A씨는 백화점에서 정품 신발을 구매했는데 모조품이 와 항의하는 차원에서 소동을 벌였다고 유튜브를 통해 주장했으나, 백화점 측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구매한 신발의 AS를 의뢰한 뒤 새 신발을 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했고, 이를 거부당하자 난동을 피운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당시 영상을 보면 그는 직원들에게 반말도 모자라 심한 욕설까지 퍼부었다. 백화점 직원들과 다른 소비자들까지 위협한 A씨의 소동은 경찰이 출동해 그를 연행한 다음에야 비로소 마무리됐다.
백화점 등 대형쇼핑몰은 이처럼 법적대응이라도 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난감한 상황을 경험하고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다 많다. 점주 혼자 운영하는 ‘1인 가게’의 경우 보안팀은 고사하고 도움을 요청할 곳도 마땅치 않은 데다 악성 리뷰 등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지난 2020년 알바생 227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75.5%가 근무 중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갑질 경험을 안겨준 장본인은 ‘고객’이라는 응답이 68.6%에 달했다.
한 전문가는 “TV 공익광고 등 국가 차원에서 문화 에티켓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상대방에 대한 존중, 배려, 동정적 이해가 시민성의 기본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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