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원에 코인을 상장시켜 주겠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돈을 챙긴 임직원 2명과 코인 상장 브로커 2명이 모두 검찰에 적발돼 구속됐다. 이들은 코인 거래소가 가상자산의 건전성·사업성에 대한 심사를 전적으로 담당한다는 점을 악용해 코인 시세 조작 세력의 의도대로 코인을 상장하고, 이를 고점에 팔아 차익을 거두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 남부지검 금융조사 제1부(부장검사 이승형) 가상자산 비리 수사팀은 코인원 상장 리베이트 비리를 수사한 결과 이들 4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코인원 상장을 담당했던 이사 전 모 씨는 지난 2020년부터 2년 8개월간 상장 브로커 A씨와 B씨로부터 총 20억 원 가량을 받고 처음부터 시세조종이 예정된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시켰다. 코인원 상장 팀장 김 모 씨는 같은 브로커 2명에게 2년 5개월간 총 10억 4000만 원을 받고 같은 일을 했다. 이들은 배임수증재,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지난 10일과 7일에 각각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브로커들에게 받은 코인을 차명계정으로 현금화해 한남동 빌라 구매 등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범죄 수익을 은닉했다. 브로커 B씨도 본인이 뇌물을 줬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처음부터 차명 계정을 이용하는 등 돈을 세탁해 김 씨에게 코인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들이 챙긴 경제적 이득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구속된 브로커 두 명은 코인 시장에서 “코인원에 상장하려면 이 둘을 꼭 거쳐야 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코인 상장 절차에 깊게 관여했다. 이들이 상장에 관여한 코인은 29개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더 많은 코인이 연루되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브로커와 코인원 임직원들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코인 상장의 문지기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거래소가 코인 상장의 심사를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령에 따라 공시의무위반·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를 엄단하고 있는 반면, 가상자산시장의 경우에는 관련 법령과 제도의 부재해 시장조작세력이 기승을 부리기 쉽다.
특히 이번에 구속된 가상자산 거래소 임직원 전 씨와 김 씨는 코인 시장조작세력과 결탁하여 상장 대가로 현금 등 금품을 수수하는가 하면, 상장브로커를 통해 코인을 미리 받은 뒤 이를 고점에 팔아 막대한 이익을 향유함으로써 사실상 코인 발행 업체의 시세 조작 작업을 조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최근 강남 부녀자 살인사건의 배경이 된 퓨리에버 코인의 경우도 발행재단이 영세하고,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등 재정상황이 불량하였음에도 거래소에 단독 상장됐고, 상장 직후 시세 조작을 통한 고점 매도 행위로 다수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적 사건에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승형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퓨리에버 코인도 시세를 들여다봤을 때 시세 조작이 의심되는 정황이 두 차례 보인다”며 “코인을 상장한 직후 1차 시세 조작이 의심되고, 이후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2차 시세 조작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거래소 임직원과 상장 브로커 간 상장을 대가로 수십억 원대의 리베이트 수수 유착관계와 상장 브로커를 매개로 한 발행업체(재단)의 시세조작 실태, 고점 매도를 통한 불법 이익 공유 구조 등 국내 코인 거래소의 구조적 비리가 드러났다”며 “앞으로도 부정한 이익을 취득한 코인 시장조작세력들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고, 이들이 취득한 범죄 수익을 추적해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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