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소규모 은행까지 잇따라 무너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우려하는 신용 경색이 예상보다 더 큰 규모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은 지난 1년간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온 연준이 신용 경색과 대출 감소 상황에 직면해있다고 진단했다. 보통 기준금리가 오르면 소비자, 기업은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고 이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줄여 물가를 끌어내린다. 관건은 이 같은 신용경색과 대출 감소가 얼마나 빨리 나타날 것인지와 파급력이 얼마나 클지다.
연준은 신용경색이 발생하지 않고 수요도 서서히 감소해 경제가 연착륙하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연준이 지난해 4분기 은행 대출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은행 중 45%가 상업·산업 대출 기업 기준을 강화하고 있었다. 로이터는 이 수치가 이미 경기침체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미 은행감독협의회(CSBS)가 최근 지방 은행원 3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94%가 “경기 침체가 이미 시작됐다”고 응답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이 붕괴한 후 실시된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댈러스 지역의 대출 기준이 계속 강화되고 있었고 반대로 대출 수요는 줄어들고 있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은 이미 수익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슈 루제티 도이체방크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다음에 실시하는 은행 대출담당자 설문조사에서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는 응답이 10%포인트 상승하면 미국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갉아먹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이는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지게 만들 수 있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