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노조’로 불리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후보가 영업본부 근로자 대표 선거에서 민주노총·한국노총의 단일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올바른노조 소속 허재영 후보는 10일까지 치러진 선거에서 55.19%를 얻어 양대 노총의 임정완 후보(44.81%)를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눌렀다. 양대 노총이 아닌 제3노조가 교통공사 근로자 대표에 선출된 것은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올바른노조 설립 이후 조합원 비율에서 과반이 무너지자 한국노총과 연대하는 꼼수까지 동원했지만 참패하고 말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낡은 이념에 빠진 양대 노총의 과도한 정치 투쟁과 상습 파업에 대한 노조원들의 염증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올바른노조 후보가 자체 조합원 비율(31%)을 훨씬 웃도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도 거대 노조의 이탈표가 많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바른노조가 지향하는 공정성과 노조원 권익 보호를 통한 노조의 제자리 찾기 등에 공감하는 노조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MZ노조의 약진은 우리 노사 문화에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의 노동시장 경쟁력은 노사 관계의 후진성으로 세계에서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2023 경제자유지수’ 평가에서도 한국은 노동시장 분야에서 56.2라는 최하위권 성적표를 받았다.
양대 노총은 이번 패배를 정치 구호를 앞세운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처럼 이념에 집착한 강경 일변도 투쟁과 불법 파업 등으로는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노조원들의 권익 향상을 외면한 채 강성 노조의 제 밥그릇 지키기만을 위한 정치 투쟁과 법 위에 군림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에 나선 지 100일이 지났다. 노조의 월례비 징수나 업무 방해가 일단 줄어들고 ‘깜깜이 회계’도 개선되고 있다. 정부는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더욱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정부가 노조의 탈법 행위에 엄정 대응해야 산업 현장의 법치를 바로 세우고 노동시장 개혁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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