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혼탁한 정치판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총선 때 정치에 입문했던 오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정치 현실을 바꾸지 못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임기를 1년이나 앞두고 비례대표도 아닌 지역구 초선 의원이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그는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면 다시 소방관 시험을 준비해 현장으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치 역량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그의 발언은 처절한 자기반성이자 왜곡된 정치 풍토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오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극단으로 치닫는 악성 팬덤 정치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자들의 표적이 되자 스스로 부결표를 던졌다고 밝혀야 했다. 최근 민주당 내부 토론회에서는 “지금의 민주당은 무당급 유튜버와 팬덤, 가짜 뉴스, 저질 지도자들이 결합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개인 비리와 관련된 수사·재판에 민주당을 동원해 ‘방탄’으로 삼는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이 와중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서울·광주에 이어 11일 부산에서 ‘조국의 법고전 산책’ 북콘서트를 열고 법정 투쟁을 예고했다. 그는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항소한 상태이고 보건복지부가 의사 면허를 취소하면 그에 대한 소송이 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이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입학 허가 취소 처분 사유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결했는데도 반성과 사과는커녕 오히려 반발하는 등 내로남불 행태를 이어간 것이다.
오 의원과 조 전 장관이 보여주는 너무 다른 두 풍경은 현실과 따로 노는 야권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낸다. 극단의 팬덤, 대표 방탄, 포퓰리즘, 내로남불 등과 같은 민주당의 체질이 굳어지면 국민에게 절망만 주게 된다. 민주당이 오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내부 성찰 토론을 거울로 삼아 체질을 바꾸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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