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물대포 시위 진압으로 사망한 고(故) 백남기씨 사건으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3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백씨는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살수차가 직사한 물대포에 머리 등을 맞은 뒤 쓰러졌고, 이후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구 전 청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 책임자로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구 전 청장에게 현장 지휘관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상 주의 의무만 있어 살수의 구체적 양상까지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경찰 인력·장비 운용과 안전 관리 총괄 책임자로서 사전에 경찰이나 참가자 중에 부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구 전 청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서울경찰청 상황센터 내부 구조나 기능, 무전을 통해 실시간 현장 상황을 파악할 체계가 구축된 점, 상황센터 내 교통 폐쇄회로TV 영상이나 보도 영상 등을 종합하면 당시 현장 지휘관이 지휘·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 전 청장은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절히 지휘권을 행사해 과잉 살수가 방치되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경찰의 위법·과잉 시위진압에 관해 최종 지휘권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 직접 시위 진압에 관여한 경찰관들과 함께 형사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선례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구 전 청장과 함께 기소된 신윤균 당시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현 인천 연수경찰서장)은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고, 살수요원이던 한모 경장과 최모 경장도 상고를 포기해 각각 1000만원과 7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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