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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로맨스’ 종종 후회해도 결국 다정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 [오영이]

잘 만든 캐릭터가 살린 코미디극

이하늬·이선균·공명 신선한 조합

반가운 특별출연…오정세·심달기까지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평생 남들이 시키는 대로만 살아온 톱스타 배우가 처음으로 자기 마음에 따라 내린 결정이 잘못된 결혼이었다면 어떨까.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는 뒤틀린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이 강력한 폭력 남편 조나단(이선균)을 없애고자 노력하는 여정을 그린 고군분투기다. 이 과정에는 과거 대배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여래를 동경해 온 사수생 ‘범우’(공명)가 조력한다.



넘치게 사랑받은 과거를 가진 여래는 외로운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그를 설명하는 톱스타라는 화려한 소개 말에 ‘왕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씁쓸함을 자아낸다. “그는 지쳐서 가끔 이유 없는 눈물을 흘렸어요.” 여래를 설명하는 외국인 성우의 익살스러운 내레이션이 여래의 캐릭터를 그리기 시작한다. 화려했던 과거와 달리 좌절스러운 상황에서도 당찬 복귀를 꿈꾸는 여래다.



조나단은 사연 없는 악당이다. 선처의 여지나 불쌍한 구석이 없이 깔끔한 악역의 배치가 반갑다. 그가 극 전체에서 악행을 일삼아도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조나단이 여래에게 현실에 안주하라는 의미로 부르는 노래 HOT의 ‘행복’은 순간 당혹스럽지만 이내 귀엽게 다가온다. 이는 조나단이 단순무식한 절대악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라는 첫 대사로 등장하는 범우는 사수생 처지다. 재수입시학원에서의 복창으로부터 이어진 이 대사는 다른 의미로 결말에 닿는다. 후반부 내레이션으로 변주된 그의 대사가 영화의 핵심 장면에 힘을 싣는다. 범우라는 인물이 대사를 통해 전하는 따뜻한 정서는 선(善)의 승리라는 또다른 메시지다.



여래와 범우가 이루는 콤비가 영화의 핵심이다. 두 인물은 팬심이라는 연결고리로 얽히는 관계다. 범우의 팬심은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나타낸다. 본디 사랑으로 맺어진 두 사람이기에 그들이 조나단을 죽이려는 움직임마저 어딘가 엉성하다. 기어이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라며 울먹이는 범우가 클라이맥스를 꾸민다. 이어 그를 답답해하는 여래와 범우가 나누는 대화들이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착한 마음씨와 겹친다.



‘킬링 로맨스’는 캐릭터 영화다. 극은 주변인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자신이 옛날에 광고했던 음료수 캔을 보고 반가워할 줄 아는 왕년의 톱스타와 입시에 지친 재수생들이 힘을 합치는 가운데 다양한 인물들이 절묘하게 합을 이룬다. 이 중 결정적인 순간에 강력한 힘을 내보이는 존재는 입시 학원의 왕고참 오수생과 서글픈 사연을 가진 타조라는 지점도 재치 있게 의미를 건넨다.

캐릭터 간 관계성은 배우들의 명연기가 있었기에 빚어낸 요소다. ‘킬링 로맨스’의 실험적인 시도와 극적 장치들이 배우들 덕분에 살아났다. 특히 사리지 않고 코믹 연기에 정통으로 임하는 이선균이 만화적인 악당을 제대로 연기한다. 어중간하거나 머뭇거리지 않는 주연 배우 세 사람의 팽팽한 호흡이 극의 활기를 채웠다. 더할 나위 없는 세 사람의 연기에, 특별 출연 오정세부터 심달기까지 반가운 얼굴들의 향연은 덤이다.



영화 곳곳 공들인 연출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여래가 살인을 상상하는 장면에서는 위기에 처한 인물 양쪽으로 거대한 벽이 막고 있는 모양의 화면 구도가 눈에 띈다. 이 밖에도 조나단이 아내에게 본격적인 가스라이팅을 일삼을 때 가짜 턱수염을 떼어내는 디테일 설정 등 소소한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다. 영화가 끝난 후 화면 비율이 변하는 시점을 되짚어보는 것도 ‘킬링 로맨스’가 주고자 했던 깨알 재미다. 진심을 담아 다정함을 전하고자 한 감독의 마음을 응원하고 싶은 영화다.

+요약


제목 : 킬링 로맨스(Killing Romance)

장르 : 코미디

연출 : 이원석

출연 : 이하늬, 이선균, 공명

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상영시간 : 107분

상영등급 : 15세 관람가

개봉 : 2023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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