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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사양하지 않는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

한국 방문 해외인물 정보 수집등

'국가DB' 확대해 인재풀 구축 필요

핵심기술·글로벌 현안 해결할 재목

국적 불문 적극 등용, 국익 위한 길





10여 년 전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인사실장으로 재직하던 때의 일이다. 에티오피아 총무부 차관을 비롯한 대표단 일행이 한국 공무원 인사 제도와 행정개혁을 벤치마킹하고자 우리 정부를 방문했다. 우리는 에티오피아가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 한국을 도와준 참전국이었음을 생각하고 열과 성을 다해 맞이하고자 했다. 일정을 마치면서 대표단은 벤치마킹 내용뿐 아니라 6·25전쟁에 관한 공통된 역사를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에 대해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해 상호 두터운 신뢰가 형성됐음을 느꼈다.

방문 기간 대표단에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UNIPASS·유니패스)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이를 계기로 대표단이 귀국한 후에도 양국 간 관세 행정 협력이 더욱 강화됐고 우리나라 전자통관시스템의 수출로 이어졌던 기억이 있다. 당시 방문 시기가 쌀쌀할 때였는데 추위에 익숙하지 않아 고생하는 대표단 일행에게 우리 직원이 자신의 외투를 벗어 건네주기도 했다. 이런 정성에 감동했는지, 대표단은 에티오피아로 귀국할 때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까지 보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요즘 같은 글로벌 인재 전쟁 시대에 에티오피아 정부 대표단과 같이 한국을 방문해 감동을 느낀 각국의 인재들과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유지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방위산업·원자력발전 등의 수출, K컬처 확산, 산업통상 등을 위해 세계 각국과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과는 또 다른 정부 차원의 글로벌 인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을 방문한 해외 인재들과 어울려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이 돌아간 후에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양국이 직면한 현안에 대해 협업할 수 있다면 국익 차원에서 한 차원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정부는 1999년부터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인사상 목적이나 공직에서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전문 분야의 지식·기술·경험 등의 활용을 위해 본인 동의를 받은 인물 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교육인, 기업인, 정치인, 전문 직업인 등 국내 각계각층 35만여 명의 인재 정보가 수록돼 있으며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도 필요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국가공무원법에서는 외국인도 국가안보 및 보안·기밀에 관계된 분야를 제외하고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우주항공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해외 인재 유치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의 역할 확대를 통해 대한민국을 방문한 해외 인재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협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관련 법령을 개정해 국가기관 등에 방문한 해외 인재의 정보를 본인 동의하에 수집·관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국제 회의·행사, 교육·연수 과정에 참여한 해외 인재 풀을 구축하고자 한다. 또 이를 활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각급 기관이 글로벌 현안을 해결할 때 정책 자문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인물 정보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화두였던 ‘인재 전쟁(The war for talent)’이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국경 없는 ‘글로벌 인재 전쟁’으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인재 이동에 있어 물리적 장벽이 낮아진 상황에서 기업은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경쟁 우위를 차지해야 하므로 국경을 넘나들어 핵심 인재를 확보하는 게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에서 기득권층인 토착 세력의 요구로 외국 인재를 추방하기 위한 축객령(逐客令)이 발령된 적이 있었다. 당시 진시황의 외국인 자문으로 있던 이사(李斯)라는 인물이 부당함을 주장하고자 쓴 간축객서(諫逐客書)에는 “태산불사토양 고능성기대(泰山不辭土壤 故能成其大), 하해불택세류 고능취기심(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이라는 말이 있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사양하지 않기에 그 거대함을 이룰 수 있고,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에 그처럼 깊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국적을 따지지 않고 널리 인재를 등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이다. 글로벌 인재 전쟁의 시대에 사양하거나 가리지 않고 최고의 인재를 등용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국정 운영의 원칙인 국익과 실용을 지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 인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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