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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산불 '수호천사'…꽉 묶인 반려동물 대부분 살린 이들은

소방대원들, 일일이 목줄 끊고 탈출 도와

대부분 화재 현장서는 반려동물 피해 커

강원 강릉 산불 피해 현장에서 살아남은 개가 챙겨준 밥과 물을 먹고 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캡처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소방대원들이 반려동물의 묶인 목줄을 일일이 끊어준 덕에 동물 피해가 예상보다 적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2일 동물자유연대는 강릉 산불 재난현장을 찾아 동물 피해 현황을 조사했다.

대형 산불이 날 때면 목줄에 묶여 탈출하지 못해 사체로 발견된 동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죽지 않았더라도 검게 그을리거나 화상을 입은 반려동물들도 허다했다. 그러나 피해 지역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그리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산불에서 동물 피해는 크지 않았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진화 작업 속에서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들이 반려동물들의 목줄을 끊어 탈출을 도왔고, 이재민 대피소에도 도 반려동물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게끔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예전과 달리 유실 동물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보통 대피소에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지만, 이번에는 비반려인들의 배려로 반려동물을 데려올 수 있었다.



강원 강릉 산불 피해 현장에 누군가 풀어놓은 목줄. 사진=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캡처


이번 산불로 죽은 반려동물은 3마리 정도로 확인됐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전날까지 확인된 반려동물 피해는 탈출하다가 차에 치여 죽은 반려견 1마리, 줄에 묶인 채 숨진 반려견 2마리다. 사육장에 갇혀 지내는 닭이나 오골계, 염소 등 축산동물들도 불을 피하지 못해 숨진 채 발견됐다. 아울러 이번 산불 현장에서 숨진 80대 주민이 기르던 진돗개도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주인을 잃은 반려동물들은 강릉시 동물보호소로 옮겨진 상태다.

동물명예보호감시원들과 지역 동물협회 관계자들이 유실 동물을 발견해 보호소에 신고하면, 보호소는 동물을 넘겨받아 보호하다가 주인에게 돌려보내고 있다.

보호소는 현재까지 반려견 9마리, 반려묘 1마리 등 10마리를 보호했다. 이들 중 반 이상은 주인을 찾았고, 나머지 반려동물도 “찾으러 가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주인들이 있어 곧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장은 “매뉴얼은 없지만 동물보호감시원들과 지역 동물협회, 지자체가 나름의 방식대로 시스템을 구축해서 동물보호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감명받았다”며 “이번 사례를 본보기 삼아 매뉴얼을 만들고, 전문 동물구호 기관 선정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과 이에 걸맞은 역량 구축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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