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구용> 레터에서 평생 피를 뽑히며 살아가야 하는 공혈견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어요. 공혈 동물을 없애려면 더 건전한 방식으로 혈액을 수급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헌혈 동물’입니다. 물론 동물에게 헌혈 의사를 물어볼 순 없기에, 본인의 결정으로 헌혈하는 사람과는 차이가 있어요. 헌혈 동물은 농장이 아닌 가정에서 주인과 함께 생활하는, 평범한 우리 주변의 동물 반려 동물의 나이와 건강 상태, 그날의 컨디션을 엄격하게 고려해 채혈이 이뤄져요. 아직 우리나라는 반려 동물 헌혈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상태인데요. 반려견 헌혈 문화를 확산하고 궁극적으로 공혈견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헌혈견협회라는 곳이 있더라고요. 오늘 지구용 레터는 강부성 한국헌혈견협회 대표님과의 인터뷰로 꾸며봤어요. 평소 반려견 헌혈에 관해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면 오늘 <지구용> 레터에서 해답을 찾으실 수 있을거에요.
우리집 강아지도 헌혈할 수 있을까?
반려견을 기르시는 용사님들이 가장 먼저 궁금해 하실 것. 우리 강아지도 헌혈할 수 있을까? 안전한 곳에서 헌혈할 수 있나? 같은 질문이 아닐까 싶어요. 헌혈견의 자격 먼저 짚고 넘어갈게요.
◆헌혈견의 자격
2살~8살 사이.
몸무게 25kg 이상.
건강 관리 Good! (매월 심장사상충 예방약, 내외부구충 예방약 복용, 정기적인 종합백신 접종)
아픈 적 없는 건강 체질! (심장사상충, 바베시아, 혈액관련 질병 없어야)
출산 경험 없어요.
중성화 수술한지 6개월 지났어요.
상당히 엄격하죠? 또한 사람의 손길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회성이 좋은 친구들이라면 더 좋아요. 이런 기준에 부합하고, 헌혈에 동참하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째, 한국헌혈견협회에 가입해 정기 헌혈에 참여한다. 지역별로 협회 연계 병원이 있어 가까이에서 헌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둘째, 대학 동물 병원의 헌혈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대표적으로 서울대와 건국대가 있어요. 1회 헌혈양은 몸무게의 1~1.6%정도, 약 320cc에요. 25kg이 넘으면 몸에 무리가 가는 정도는 아니라고.
헌혈견 : 헌혈증 주나요? 초코파이는요??
인간의 헌혈과 마찬가지로, 동물 헌혈도 경제적 대가가 제공되지 않아요. 대신 다양한 건강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요. 심장 사상충, 바베시아, 진드기 매개 질환, 혈구·혈청 검사 등 30~50만원 상당의 검진을 받을 수 있다고. 또한 한국헌혈견협회는 많은 업체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어서 협회를 통해 헌혈할 경우 사료와 영양제, 진드기 예방 목걸이 등 알찬 헌혈견 키트도 제공한다고. (맨위 사진의 귀여운 노란 스카프도 포함!)
심지어는 헌혈견 헌혈증도 있어요. 하지만 인간 헌혈증처럼 나중에 수혈을 받는 입장이 됐을 때 사용할 수는 없는 그냥 증서 명목의 문서에요. 강부성 한국헌혈견협회 대표님은 "언젠가는 헌혈 동물 센터를 만들어 수혈 받을 때 헌혈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헌혈 못하는 소형견도 가입 환영합니다."
2018년 문을 연 한국헌혈견협회는 현재 1000여 명의 정회원이 활동 중이에요. 협회 결성을 주도한 강부성 대표님은 2017년 공혈견 문제를 처음 알게되셨다는데요. 농장의 공혈견 대부분이 대형견이었는데, 대형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그렇게 서울대 동물병원의 동물 헌혈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헌혈견 캠페인도 시작했어요. 이는 이듬해 한국헌혈견협회 설립으로 이어졌죠.
우리나라에 헌혈견이 몇 마리쯤 있어야 공혈견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요? 강 대표님께 여쭤봤더니 '3600마리'라고 짐작하셨어요. 대표님은 "정확히 파악은 안되지만 국내 공혈견은 300~400마리로 보고 있다"며" 이들이 한 달에 한 번 공혈한다고 했을때 이를 대체하려면 적어도 1년에 한 번 헌혈하는 헌혈견이 3600마리는 있어야 하는 셈"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흥미로운 사실 하나. 협회엔 헌혈을 못하는 소형견의 견주들도 가입돼 있대요. 공혈견을 없애자는 취지에 공감하고 헌혈견들을 응원하기 위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계신다고. 그러니 소형견을 기르시는 용사님들도 관심있다면 협회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지역 동물병원의 참여가 절실해요."
헌혈견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반려견 보호자들의 인식도 개선돼야겠지만, 지역 동물 병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대요. 강 대표님은 "헌혈할 수 있고 헌혈 의사도 있는 대형견 견주들이 전국에서 늘어나고 있는데, 헌혈견들이 마음 놓고 헌혈을 할 수 있는 협회 연계 병원은 아직 부족하다"며 "각 지역 대형 동물병원, 대학 동물병원 등이 헌혈 문화 확산에 적극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앞서 살짝 언급하신 반려동물헌혈지원센터에 대해서도 더 여쭤봤는데요. 영국의 '펫블러드 뱅크(Pet blood bank)'를 모델로 헌혈견으로만 운영되는 센터를 구상 중이라고. 강 대표님은 "반려동물헌혈지원센터는 전국의 헌혈견을 지원하고 관리를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협회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수익 사업을 통한 자립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끝으로 "병원이든 업체든 어느 한 곳에서 동물 혈액 유통을 독점하려고 하면 언젠가는 문제가 생긴다"며 "전국의 다양한 병원과 헌혈견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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