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의 세계는 대중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가진 색깔이 더 짙게, 더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는지가 대중성의 차이가 되는 게 아닐까요.”
14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홍이삭의 세계는 노래 속 목소리처럼 담담하고도 다채로웠다. 자신의 길을 탐구하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 속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울지게 하는 힘이 있었다.
“5살 때부터 교회에서 노래를 불렀어요.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죠.”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노래와 함께 성장한 홍이삭은 2013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으면서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다. 그는 2019년 JTBC ‘슈퍼밴드’에 출연해 최종 4위에 올라 실력을 입증한 후 2021년에는 CJ문화재단 인디 뮤지션 지원 사업 ‘튠업’에 선정됐다. 오는 26일 발매를 앞두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진수영과 컬래버레이션한 앨범 ‘everland’도 튠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이에 대해 홍이삭은 “많은 사람들이 녹음, 장소 대여 등 앨범을 만드는 과정을 부담스럽게 느끼기 때문에 CJ문화재단이 이를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홍이삭은 튠업 지원의 일환으로 유튜브 채널 ‘아지트 라이브’ 영상을 촬영했다. 이번 촬영에서 홍이삭이 부른 노래는 앨범 ‘everland’의 타이틀곡 ‘her’다. 그는 “아지트 라이브 같은 영상 촬영은 현장보다 조금 더 작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면서 “카메라에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에 내가 진정성 있게 조금 더 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진수영과 만나서 밥을 먹고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적인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이번 앨범은 홍이삭의 삶에 대한 고찰을 솔직하게 담을 예정이다. 그는 “지금까지 했던 음악과는 다른 옷을 입은 느낌일 것”이라면서 “이번 작업은 우리가 재밌는 걸 찾는 일부터 시작해 매력적인 부분이 많이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홍이삭은 영화 ‘다시 만난 날들’에서 배우와 음악감독을 맡는 등 노래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최근 tvN ‘영화로운 덕후생활’에서 영화 ‘엘비스’를 연출한 바즈 루어만 감독을 30분 동안 자유롭게 인터뷰한 일을 언급하면서 “평소 무엇인가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해외 아티스트들이 내한했을 때 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홍이삭의 또 다른 장기 프로젝트는 글을 쓰는 것이다. 사람들이 특정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음악에서 그의 이야기를 확장하는 원동력으로 이어졌다. “음악에서 단순히 내가 좋은 걸 내뱉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설득을 당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보게 됐죠.”
홍이삭의 지난 10년은 어떻게 흘러왔을까.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그는 “지난 10년은 돌이켜보면 나의 빈틈을 발견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발견한 틈을 빨리 잘 메꿔서 더 좋은 예술가로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같이 한다. 앞으로의 10년은 더 긍정적이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그는 “인생의 깊이에 따라 한 노래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이가 드는 일이 기대되기도 한다”면서 “올해는 ‘내 감정과 내 표현에 좀 더 솔직하자’가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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