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연이율 4%대의 고금리 저축 상품을 내놓았다. 애플이 지난 달 후불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를 내놓은 이후 본격적으로 금융 업계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애플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애플 신용카드인 애플 카드 이용자는 연이율 4.15%에 달하는 저축성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애플은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조사하는 전국 은행 평균 금리의 10배 이상에 달하는 이율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에게 인기 높은 고금리 저축 상품의 경우도 최대 이율이 3.75~3.9%대로 형성돼 있어 애플 카드 이용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이용자 층이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협업해 2019년 처음 신용카드인 애플 카드를 출시한 이후 4년 만이다. 애플이 내놓은 저축성 계좌의 경우 입출금 수수료나 최소 예치액 한도 등 요구사항이 없어 누구나 쉽게 소액으로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제니퍼 베일리 애플 페이 및 월렛 부사장은 "이용자들은 카드 사용의 혜택으로 지급 받는 캐시백인 데일리 캐시를 한 곳에서 관리하고 저축할 수 있다"며 "저축성 계좌를 통해 우리 이용자들이 애플 카드의 최대 혜택으로 여기는 캐시백 서비스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매일 손쉽게 저축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지난 달 애플페이 레이터를 출시하면서 이용자들의 신용도를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심사와 승인을 ‘인하우스’로 해낼 수 있게 됐다. 올 하반기부터는 일종의 대출 서비스인 후불 결제 심사 결과도 애플 파이낸싱 유한책임회사(LLC)에서 직접 금융 당국에 제출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제 애플이 저축 상품까지 내놓게 되면서 애플은 금융업의 핵심인 수신(예금)과 여신(대출) 업무에 모두 진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이후 은행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현금을 가진 이들이 막대한 현금 보유량과 브랜드 파워를 가진 애플로 향하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컬럼비아대의 이밍 마 교수는 "이번 애플의 저축 상품 출시에 있어 가장 특별한 부분은 주체가 애플이라는 점"이라며 "누구나 애플을 알고 있고 상당수는 이미 애플 카드를 갖고 있다"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