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매달 증가하는 등 거래절벽이 완화되는 반면 빌라는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빌라왕 전세사기’ 등으로 인해 임차 수요가 급감하고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임대사업용으로 매수하려는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743건으로 전년 동기(1426건) 대비 92% 증가한 반면 빌라(연립·다세대) 거래량은 지난해 3월 3206건에서 올 3월 1714건으로 87% 감소했다. 3월 계약분의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만큼 거래량이 소폭 늘어날 수는 있지만 빌라의 거래량이 아파트를 뛰어넘을 정도로 늘어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 기준으로도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2월 2만 6232건에서 올 2월 3만 1337건으로 19% 늘었지만 같은 기간 빌라 거래량은 1만 567건에서 5703건으로 반 토막이 났다.
아파트와 빌라가 거래량에 있어 이처럼 반대 곡선을 그리는 것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대출금리 인하, 아파트 값 하락 등으로 아파트의 매력도가 오른 반면 빌라는 전세사기 이슈 등으로 갭투자는 물론 임대차 수요까지 잃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는 통상 하위 대체재로 인식되는 빌라의 거래가 늘면서 빌라 시장이 확대됐다”며 “하지만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와 아파트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수요가 아파트 시장으로 선회하면서 빌라 수요가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빌라 거래시장이 활황기였을 때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갭투자도 상당했지만 최근에는 전세사기와 깡통 전세 논란 등으로 빌라에 대한 전세 수요가 급감하면서 갭투자 여건이 악화됐고 이로 인해 빌라 매매 자체도 위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전세사기 이슈까지 터지면서 빌라에 대한 임대차 거래마저 증가세가 꺾인 상황”이라며 “아파트에서 매력적인 급매물이 나오면서 비교열위인 빌라 매입 수요가 아파트로 빠져나간 것도 거래량 감소의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거래절벽이 계속되면서 빌라 가격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빌라(연립·다세대)의 지난달 전국 매매가격지수는 8개월 연속 하락하며 99.53을 기록했다. 매매가격지수란 2021년 6월 매매가를 기준점인 100으로 놓고 평균 매매가에 얼마만큼의 변동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간 줄곧 100을 웃돌았던 빌라 전국 매매가격지수는 올 2월 99.86을 기록하며 2021년 5월에 이어 처음으로 100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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