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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中 ‘정랭경온’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던 2013년 2월 베이징에서 중국발(發) 미세먼지 대책을 논의하는 양국 당국자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담은 센카쿠열도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이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일본 측이 대기오염 발생원 추적 등과 관련한 기술 협력을 제안하자 중국 측은 “선진국 일본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고 화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회동 분위기를 전하면서 “중국의 대일 정책이 ‘정랭경온(政冷經溫)’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랭경온’은 미국을 상대로 정치적으로는 냉담하게 대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협력에 나서는 중국의 정책 기조를 지칭한다. 최근 중국의 대미 정책에서도 ‘정경 분리’ 대응 모습이 나타난다. 중국은 정찰 풍선, 대만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경제 영역에서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왕원타오 상무부장을 비롯한 중국의 장관급 인사들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겔싱어 인텔 CEO를 만나는 등 미국 경제계와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중국은 “더 넓은 시장을 제공할 것”이라며 미국 기업에 구애 메시지까지 던졌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정랭경온’ 기조를 미국 외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서도 적용하고는 한다. 일본과는 센카쿠열도·과거사 문제로 수시로 얼굴을 붉히지만 경제 교류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광저우에 있는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관영 방송인 CCTV가 일주일 새 두 차례나 현대차 등 한국 기업 관계자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중국의 유화 제스처를 적절히 활용해 우리의 국익을 챙기는 실용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사드 보복에서 보듯 중국의 정책은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면서 치밀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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