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하늬가 영화 '킬링 로맨스'를 향한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의 주연 배우인 이하늬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킬링 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사랑에 빠져 은퇴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다시금 연기 경력을 되찾기 위해 입시생 범우(공명)와 함께 작전을 모의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먼저, 이하늬는 '킬링 로맨스'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이 영화가 세상에 나와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생각했다. 색깔 있는 감독님들이 작업을 힘 있게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좋은 배우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너무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완성된 '킬링 로맨스'를 보며 많이 울었던 경험을 돌아봤다. 그는 "여러 번 영화를 보다 보니 캐릭터들이 워낙 독보적이고 워낙 범우가 보이더라. 콸라섬을 갔다 온 범우에게 '넌 못해'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범우가 그 말을 믿는 것,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범우를 계속 보게 되더라"고 언급했다.
이하늬는 이번 작품을 통해 톱스타 여래 역을 연기했다. 작품 속 등장하는 여래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지만 큰 불안함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같은 배우의 입장으로서 이하늬는 작품을 찍으며 여래에게 공감했다.
"감정 노동이 센 직종이다. 여래가 톱스타로 노출되는 상황으로 살았다면 숨구멍이 아예 없었을 것이다. 톱스타로 달릴 때는 친구를 만나기 힘들 때도 내가 톱스타여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웃음) 이것이 들쭉날쭉인 일이다 보니 일방적으로 나의 스케줄을 맞춰주는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고 이것도 한두 번이지 않나. 그것을 계속 하다 보면 오래된 사이가 아니고서야 친구를 잃는 경우가 많았다. 여래 같은 경우는 그런 번아웃 상태였을 것 같다. 진짜 숨구멍을 잘 빼고 쉴 때 완전히 셀프 격리하듯 격리하지 않으면 회복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하늬는 작품 속 여래와 다르게 실제로는 결혼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조나단이 도피처였다면 실제의 나에게 결혼은 안식처였다. 이전에는 쉴 곳을 찾아야 했다. '어디 가서 쉬어야 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완전한 안식처를 찾았다. 결혼하면 안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아직까지는 '좋은 것을 혼자 하려고 그런 말을 했나?'라는 생각이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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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로맨스'에는 이하늬만의 코미디 연기가 탄생시킨 명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특히 랩을 하는 찜질방 신은 대부분 애드리브로 완성된 신이었다. 그는 "거의 다 애드리브다. 계속되는 현타에 맞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재밌고 굉장히 열려 있는 작품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코미디 연기를 하며 힘든 점이 없었냐'는 물음에는 오히려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까라면 까는 스타일이다. 못 할 것 같은 장면들은 없었다. 물론 힘든 것은 있었지만 신을 바꿀 만한 힘든 것은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여래는 이하늬가 연기해왔던 지난 여성 캐릭터들과는 다른 결의 인물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전에는 여성 캐릭터를 만났을 때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항상 늘 누군가의 성공에 얻어가는 의존적인 캐릭터가 많았다. 공부를 잘하거나 진취적이면 꼭 악역이었다. 남의 것을 뺏어야 하는 식으로 나오더라. 자기 성취감이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는데 5년 정도 사이 굉장한 변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런 캐릭터가 너무 많아져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킬링 로맨스'는 여래가 혼자 돌파구를 찾기 힘들 때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한 사람 덕분에 생기는 일이다. 연기를 할 때 '넌 못해'라고 말하는 분이 많았다. 충격적인 말도 많이 받았다. '넌 여기까지야', '시집가'라는 말까지도 들었다. 그 말 들으면 너무 힘들었다. 그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시는 배우들에게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한 적이 있었다"며 배우로서 힘들었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이하늬는 '킬링 로맨스'를 향한 넘치는 애정을 드러냈다. 이원석 감독만의 연출 스타일을 믿고 가는 확신 또한 보였다.
"이 영화는 역사에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남자사용설명서'가 그랬듯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특히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이 시점에 정확한 좌표를 찍을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미지수지만 관객들이 만났을 때, MZ 세대가 나중에 콘텐츠를 만들 때 어떤 영감이 될지 궁금하다."
이하늬는 '킬링 로맨스'와 동시에 4월 극장가를 찾아오는 이병헌 감독의 '드림'과 맞붙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경쟁 대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끼리는 네가 잘 되고 내가 못 됐다는 느낌이 없다. 너도 잘 되고 나도 잘 되어서 한국 영화 흥했으면 좋겠다. 어렵게 개봉하기도 했고 그 역사를 옆에서 봤다. 그야말로 우여곡절을 다 아는 사이다. 이병헌 감독님의 코미디 호흡 자체가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기대하고 있다."
한편, '킬링 로맨스'는 전국 극장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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