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세 아이가 있으니까요.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려고 일을 하게 됐습니다. ”
지난 13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3 장애인 고용촉진대회'에서 산업포장를 받은 강제길 사서실무사가 일을 시작하게 된 질문에 한 답이다. 중증 장애인 뇌병변장애를 겪고 있는 강 사서는 일반인에게 친숙하다. 2015년 KBS의 인간극장 ‘그렇게 부모가 된다’ 편의 주인공이다. 당시 강씨와 그의 동갑내기 아내가 세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감동을 받고 부부를 응원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강 사서를 비롯해 수상자들의 일터 영상이 공개됐다. 강 사서의 말투는 조금 어눌했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강 사서는 이제 비장애인 보다 더 일을 잘하는 사서가 됐다고 한다. 그는 책마다 붙은 위치·분류 번호를 거의 다 외워서 서고를 정리하고 대출과 반납일을 거뜬하다. 이 일을 11년이나 했다. 그는 더 일을 잘하기 위해 한글, 파워포인트, 포토샵 자격증도 땄다. 동료 교사까지 강 실무사에게 “모르는 게 있으면 여쭤볼 정도로 든든하다”고 말했다.
강 사서는 ‘왜 일을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중증장애인이라면 국가가 다 도와주는데 왜 굳이 일을 하느냐고 한다”며 “저에게는 세 자녀가 있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려고 일을 한다”고 말했다. 2015년 ‘인간극장’ 때보다 보다 흰머리는 조금 늘었지만, 자녀를 위하는 아빠의 마음은 8년 전 영상 속 그대로였다.
강 사서의 꿈은 학생들이 커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볼 수 있도록 정년까지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직접 도서관 입구에 장애인에 관한 도서를 놓는다. 그는 도서관을 찾는 학생에게 먼저 다가가 책을 찾아주고 학생들의 도서 모임에도 참여한다.
이날 대회는 고용노동부와 산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매년 여는 행사다. 299명이나 장애인을 고용한 포스코휴먼스의 김희대 대표가 철탄산업훈장을 받았다. 299명의 장애인 중 136명은 중증장애를 겪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이 여럿이 일하는 사업장은 비장애인 사업장 보다 안전, 소통, 문화 등 사측이 세심하게 돌봐야 할 부분이 많다. 지적장애를 겪고 있는 한국동그라미파트너스의 김미영씨도 수상 무대에 올랐다. 그는 11년 간 일하면서 할 수 있는 업무를 늘렸고 동료 직원이 다치지 않도록 여러 안전 대책을 사측에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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