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에 중국 자본을 유치하려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최근 관련 정황을 포착하고 통일부 차원의 대북 성명을 발표하는 등 북중 간 움직임을 차단하고 나섰다. 만약 북한이 개성공단에 중국 기업인들을 무단으로 입주시킨 뒤 대남·대미 핵 도발을 할 경우 애꿎은 중국 기업들이 분사분계선(MDL) 이북에서 핵 인질이 돼 한미의 반격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중국도 한반도 위기에 연루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한중 모두 최악의 수를 가정하고 중국 기업의 개성공단 투자를 막아야 파국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중국 사업가들에게 개성공단 내 설비 등 사진을 배포했다는 보도 내용과 관련해 “그런 정보 사항은 이전에 포착됐다”며 “그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과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은 우리 정부와 기업 자산으로 소유권이 분명한 사항”이라며 “누구라도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법적인 위반 사항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통일부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정부는 북한이 중국 기업의 개성공단 투자 유치 시도 정황을 파악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 등에서 대북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달 11일 북한에 개성공단 무단 가동을 멈추고 남북 대화에 나서라는 취지의 대북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2016년 2월부로 가동이 멈춘 개성공단을 최근 들어 무단으로 이용한 데 더해 중국 자본까지 끌어들이려는 것을 두고 경제난을 타개하고 한국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박휘락 전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중국을 끌어들여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으로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2020년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면서 “대남 압박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기본적으로는 대한민국을 깔고 뭉개는 행동”이라며 “내부적으로도 대남·대미 무력 시위에 대한 명분을 계속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등 제3국 업체의 개성공단 투자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위반이기도 하다. 안보리가 2017년 9월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에는 ‘북한과의 모든 합작·합영 사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중국으로서는 자국 기업이 개성공단에 투자하도록 묵인할 경우 자신들이 찬성해 만든 제재를 깨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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