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조직적 전세사기는 범죄단체 조직죄가 적용돼 형량이 한층 강화된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인천 ‘빌라왕’에 이어 동탄 신도시, 그리고 부산과 구리에서도 전세사기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는 등 피해가 전국화돼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0일 전국 시도 경찰청 수사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조직적 전세사기는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시·도청에서 직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범죄단체 조직죄가 적용되면 최대 사형 및 무기징역까지 가능해 일반 사기죄에 비해 형량이 세진다. 그간 내사 중이던 전국의 모든 전세사기 사건 정식 수사로 전환된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이 철퇴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 ‘빌라왕’ 사건과 동탄 신도시에 이어 부산과 구리에서도 최근 전세사기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 세입자 90여 명이 꾸린 피해자대책위는 부산 사상구·동구·진구 등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90호실 가량을 소유하고 있는 부부가 최근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자취를 감춘 것으로 파악했다. 피해자는 모두 89가구, 전세금은 약 54억 원으로 추산된다. 경기 구리시에서도 최근 수 백명이 전세 만기가 도래했는데 보증금을 못 받고 있다는 진정이 경찰에 다수 접수됐다. 구리경찰서는 전세사기 의혹을 받는 일당 20여 명을 사기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앞서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에서도 전날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임대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경찰은 전세사기 의혹을 받는 부부와 공인중개사 부부 등 4명을 출국 금지 조치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 및 시민단체도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경매 중지 대책을 임시 조치라 비판하며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 26일까지 특별 단속을 벌여 8개월 만에 2188명의 전세사기범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전체 피해자는 1705명, 피해 금액은 3099억 원에 달했다.
범죄유형별 검거 현황을 보면 가짜 임차인과 임대인을 모아 허위 전세 계약을 맺은 뒤 시중은행에서 거액의 대출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인 허위 보증·보험이 1198명으로 전체의 54.8%에 달해 가장 많았다.
선량한 임차인의 보증금을 속여 빼앗는 ‘무자본 갭 투자 사기’ 역시 420명(19.2%)에 달했다. 일당은 임차인으로부터 매매가보다 많은 전세 보증금을 받아 빌라를 ‘돌려막기’식으로 매입한 뒤 보증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바지 사장’에게 명의를 떠넘기고 보증금을 가로채는 수법을 사용한다. 이어 공인중개사법 위반 290명(13.3%), 깡통 전세 등 보증금 미반환 145명(6.6%), 권리관계 허위 고지 78명(3.6%), 무권한 계약 49명(2.2%), 위임 범위 초과 계약 8명(0.4%) 순이었다.
피의자 1941명을 유형별로 보면 1000명(45.7%)이 가짜 임대인과 임차인이었고 공인중개사와 중개 보조원이 414명(18.9%)이었다. 임대인 및 소유자가 371명(17.0%), 브로커 246명(11.2%), 건물 관리인 112명(5.1%), 건축주 45명(2.1%)이 뒤를 이었다.
전세사기범들은 주로 사회 초년생인 20대와 30대를 노렸다. 피해자 1705명 가운데 20대와 30대는 각각 308명, 570명으로 전체의 33.4%, 18.1%를 차지해 비중이 컸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억 원 이상~2억 원 미만이 33.1%, 5000만~1억 원이 24.9%, 2억 원 이상~3억 원 미만 21.6% 등 3억 원 미만이 대부분이었다. 피해 주택 유형 또한 다세대주택(66.2%)과 오피스텔(15.5%)에 집중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