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해온 이탈리아가 탈퇴를 검토 중이라고 1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일대일로 대열에서 이탈하고 대신 대만과 반도체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 사업에 협력해온 만큼 이탈리아의 불참은 중국의 구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탈리아 산업부 당국자들이 최근 타이베이에서 대만 정부 관계자들과 비공개 회담을 열어 반도체 생산·수출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이탈리아 측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일대일로 이탈 여부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이번 만남은 이탈리아가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의 핵심 공급처인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강화할 의지를 가졌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말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집권한 직후부터 추진해온 핵심 대외 정책이다. 이 구상에는 중국과 중앙아시아·유럽을 육로와 해상으로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 만들겠다는 중국의 야심이 담겼다.
이탈리아는 2019년 3월 당시 주세페 콘테 총리가 이탈리아를 방문한 시 주석과 에너지·항만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일대일로 참여를 확정했다. 미국 등 서방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사업에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징성이 작지 않았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평가다.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참여를 철회하지 않으면 양국 간 협약은 2024년 자동으로 갱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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