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 팀 대전하나시티즌의 돌풍이 프로축구 K리그1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축구특별시’ 대전의 부활을 이끈 중심에는 모기업 하나금융그룹의 적극적인 투자와 구단주인 함영주 회장의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대전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야구의 도시였다. 2000년대 초반 한때 축구특별시로 불릴 정도로 축구 열기가 뜨거웠지만 시민 구단 시절이던 2015년 2부 리그로 강등된 후 축구는 시민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졌다. 반면 프로야구 한화이글스는 성적이 안 나오더라도 ‘우리 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대전의 축구 열기가 다시 들끓고 있다. 이달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 울산현대의 K리그 7라운드 경기에는 1만 6359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이 경기까지 홈경기 평균 관중은 1만 4850명에 이른다. 같은 시기 한화이글스의 평균 관중 수(1만 367명)를 크게 앞지른 수치다.
이러한 배경에는 모기업 하나금융그룹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다. 2019년 말 하나금융그룹이 구단을 인수해 기업 구단으로 재창단한 뒤 대전 축구의 반등이 시작됐다. 유럽파 출신 수비수 서영재를 시작으로 이진현, 마사(일본) 등을 영입해 차근차근 전력을 보강했는데, “승격에 인생을 걸겠다”고 말한 마사의 한마디는 대전을 넘어 K리그 전체에 큰 울림을 줬다. 지난해에는 조유민과 주세종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까지 데려와 꿈에 그리던 승격을 일궈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수비수 오재석과 지난해 K리그2 득점왕 유강현, 검증된 외국인 공격수 티아고(브라질) 등을 영입해 더 전력을 강화했다. 지난 주말 울산전 2 대 1 승리까지 시즌 초반 7경기에서 단 1패(4승 2무)만을 기록하며 3위에 올라 있다. 승격 첫 시즌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까지 뛰어든 셈이다.
구단주의 남다른 애정도 빛을 발한다. 하나은행에서 2008년 충남북지역본부장, 2009년 대전영업본부장, 2013년 충청사업그룹을 이끌며 충청권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함 회장은 축구단 인수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구단주로 부임한 후에는 틈날 때마다 홈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대전 구단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올 시즌 네 차례의 홈경기 중 두 번이나 경기장을 방문했다. 결과는 모두 승리였다”며 “회장님의 열정적인 응원에 선수들과 직원들 모두 힘이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팀의 구단주들과 달리 팬들과의 스킨십도 적극적이다. 이달 1일 FC서울전(3 대 2 승)이 끝난 후 그라운드로 직접 내려가 팬들 앞에서 선수들과 승리 세리머니를 했다. 서포터스와 식사 자리를 갖는 등 팬들과의 소통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에 팬들은 함 회장에게 ‘함멘(함영주+아멘)’이라는 애칭을 붙인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이 그려진 응원 깃발과 ‘회장님 자주 자주 뵈어요’라고 적힌 배너까지 내걸었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프로축구 K리그 역사상 팬들에게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는 구단주가 또 있나 싶다”며 “구단의 이름처럼 구단주부터 선수·프런트·팬들까지 모두가 ‘하나’된 대전이 올 시즌 다크호스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의 축구 사랑은 남다르다”며 “그룹 전체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대전·충청 지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명문 구단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올 시즌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