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논란의 방중’ 이후 처음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이후 발표된 각 대통령실 성명에서는 미중의 대표 갈등 요소인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한 양국 간 시각차가 드러났다.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프랑스의 입장이 반영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과 엘리제궁은 20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양국 정상이 통화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지난해에도 30여 차례 전화 회담을 하는 등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직전 통화는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이달 5~7일) 직전인 이달 4일에 이뤄졌다.
외신은 이번 통화에서 양안 문제에 대한 두 정상의 시각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백악관은 성명 윗부분에 “두 정상은 국제 질서에 기초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 안보, 공동의 가치를 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엘리제궁은 비슷한 내용을 성명 말미에 짧게 담는 데 그쳤다.
또 백악관은 “두 대통령이 대만해협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했지만 엘리제궁은 대만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엘리제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은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의거해 중기적으로 분쟁 종결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또 “(미국과 프랑스 정상이) 이를 위해 중국 당국과 계속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차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전략적 자율성을 최근 부쩍 강조하는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중 이후 잇따라 대만 문제에 거리를 두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외교 당국이 마크롱의 발언들로 인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엘리제궁이) 20일 성명에서 대만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또다시 (동맹국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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