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이 남한·북한 주민 간 친생자(부모와 혈연관계가 있는 자식) 관계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24일 법무법인 태평양(대표변호사 서동우)과 재단법인 동천(이사장 강용현)은 탈북 후 북송된 어머니를 상대로 한 친생자관계확인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탈북 주민 어머니와 중국 동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A 씨는 중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다가 어머니가 북송된 후 한국에 정착했다. A 씨는 아버지가 재혼한 탈북 계모의 친자녀로 주민등록을 했지만 계모의 학대가 이어지자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진행해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이에 태평양과 동천·변호사협회 등은 북한으로 보내진 친모와의 친생자관계확인 소송을 진행해 A 씨의 한국 국적을 찾아주기 위해 소송을 진행했다. 1심은 관계자 증언 외 A 씨의 인적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판단해 소를 각하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관계자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지 못하는 사실들에 대해 모순 없이 일관적인 진술을 하고 있다”며 “국가정보원 사실조회 회신 결과 등에 비춰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유전자 검사를 통해 A 씨와 A 씨 친모 고종사촌 간의 친족 관계도 확인됐다”고 판단했다.
동천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북한 주민과의 가족 관계를 확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탈북 과정에서 생이별을 하게 된 남북한 주민들이 법률적으로나마 가족 관계를 확인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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