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갤러리 내 10대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는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은 신고도 못해요. 신고하려면 보호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하거든요. 또 경찰이 개입하면 그들에게 전부나 다름 없는 ‘우울증갤러리’ 내 인맥들이 끊기니 대부분 사건이 신고 없이 묻힙니다.”
24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한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이용자 A 씨의 증언이다. A 씨는 17세 때 해당 커뮤니티를 통해 30대 남성 B 씨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진 후 정신 질환이 악화됐다. 그는 “지금도 우울증갤러리를 통해 성착취가 이뤄지고 있을 것”며 “미성년자 신분으로 정신과 약 등을 처방받기 힘드니 성인 남성에게 의존하는 여학생이 많다”고 밝혔다. 성인 남성이 커뮤니티 내부에서 정신과 약물을 미끼로 미성년자를 유인해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우울증갤러리 이용자 C 씨도 지인이 2021년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 부산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가해자가 수면제와 술을 먹이고 친구를 성폭행했다”며 “가해자의 집에서 쿠에타민·졸피뎀·자낙스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본 적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수차례 각각 다른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이 중 한 명에 대해 미성년자의제강간죄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우울증갤러리 내부에서는 정신과 약물을 통한 성착취 사건이 자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일은 서울 신림·홍대, 부산 등 전국적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다만 피해자 대부분이 경찰에 신고를 꺼리면서 그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치 않은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제보자 D 씨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을 중심으로 모임을 가졌던 이른바 ‘신림팸’을 언급하며 “단체 채팅방을 통해 약물 복용 내용을 공유하고 미성년자들과 성관계를 한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했다”며 “그들은 향정신성의약품이 마약으로 분류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증거가 남지 않게 약물을 복용하고 관리해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이들은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우울증갤러리를 통해 신대방 등에서 친목 도모 활동을 이어왔다는 박 모 씨는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향정신성의약품을 공유하는 것은 단순히 의료 목적”이라며 “정신과 약물이 대부분 비보험이다 보니 비용이 비싸 처방받기 어려울 때 약을 공유한 적은 있지만 쾌락을 위해 약을 돌려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림에서 우울증갤러리 이용자들을 만나왔다는 한 제보자 역시 “사람들 대부분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 잠을 자려면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졸피뎀·쿠에타민 등 수면유도제를 복용하는 것일 뿐”이라며 “술을 먹은 뒤 잠을 자기 위해 약을 먹은 것이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술피뎀’ 등의 마약을 한 적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정신과 처방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을 공유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4조에 따라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가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 사용, 운반, 제공하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된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우울증갤러리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우울증갤러리 전담 TF’를 구성하고 현재 거론되고 있는 모든 범죄 혐의점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TF팀에는 형사·여성청소년·수사과 등 여러 기능의 경찰 인력이 배치돼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체계적으로 수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진술을 통해 조사를 진행하고 혐의를 구체화해 ‘신대방팸’뿐 아니라 다른 모임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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