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늘 여기 있을 수 있는 것은 할아버지 덕입니다.” 베트남 보트피플의 손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3시즌 첫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 됐다.
릴리아 부(26·미국)는 24일(한국 시간) 미국 텍사스주 더 클럽 칼턴우즈(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셰브런 챔피언십(총상금 51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에인절 인(미국)과 동타를 이룬 부는 첫 번째 연장전에서 버디 퍼트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고 우승을 차지했다.
2월 혼다 타일랜드에서 LPGA 투어 데뷔 후 첫 우승을 거둔 부는 시즌 두 번째 우승이자 생애 첫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76만 5000달러(약 10억 1000만 원)다.
베트남계 미국인 부는 외할아버지가 1982년 공산화된 베트남을 보트를 타고 탈출한 사연으로도 잘 알려진 선수다. 연장 승부에 나선 인은 중국계로, 베트남계 미국인과 중국계 미국인의 이색 대결이 펼쳐졌다.
18번 홀(파5)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인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주위 물에 빠지면서 우승 향방이 부 쪽으로 기울었다. 이어 두 번째 샷을 한 부는 그린을 넘겼고 그린 밖에서 퍼터로 굴린 세 번째 샷이 다소 짧았지만 약 4.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경기를 끝냈다.
우승 확정 후 18번 홀 근처의 호수에 몸을 던지는 다이빙 세리머니를 펼친 부는 “할아버지의 탈출 덕에 엄마가 미국에 왔다”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은 ‘최선을 다해 경기하라’는 것이었다”고 할아버지에게 감사를 전했다.
넬리 코다(미국)가 마지막 18번 홀에서 이글 퍼트를 넣고 합계 9언더파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고 김아림(28)과 양희영(34)이 나란히 공동 4위(8언더파)에 올랐다. 이날 4타를 줄인 고진영(28)은 공동 9위(7언더파)에 올라 시즌 네 번째 톱10에 들었다.
김효주(28)가 11위(6언더파), 최혜진(24)과 전인지(29)는 각각 17위(3언더파)와 공동 18위(2언더파)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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