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미국 최고령 대통령’의 재선 도전 레이스가 본격화한 가운데 온라인에 공개된 출마 선언 영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 구도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유튜브와 트위터 등에 ‘이제 일을 끝내자(Let’s finish the job)’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공개하고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2021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일으킨 국회의사당 폭동 장면으로 시작한 3분 4초 분량의 영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개인의 자유는 미국인에게 가장 근본적인 가치”라며 “이보다 더 중요하고 신성한 것은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 내가 첫 번째 임기 동안 했던 일”이라며 “하지만 나라 곳곳에서 ‘마가(MAGA)’ 극단주의자들이 줄을 서며 기본적인 자유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문구의 영어 약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표 슬로건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마가를 언급할 때 영상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등장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한 질문은 앞으로 우리가 더 많은 자유를 가질지 더 적은 자유를 가질지, 더 많은 권리를 가질지 더 적은 권리를 가질지일 것”이라며 “지금은 안주할 때가 아니다. 이것이 내가 재선에 출마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은 2019년 4월 25일 바이든 대통령이 첫 대선 출사표를 던진 지 꼭 4주년이 되는 날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까지 출마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 왔지만 공식 선언은 미뤄 왔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위협할 만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아 서두르지 않았다는 해석이 많았다. 결국 ‘첫 대선 출마 선언 4주년’이라는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는 이날을 재선 도전 날짜로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다시 한 번 러닝메이트로 대선에 나설 예정이다. 또 동영상 공개 이후 차베스 로드리게스 백악관 선임 고문을 대선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
미국 언론들은 2020년에 이어 내년에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성사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당내 경선 가상 대결에서 유력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앞서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성관계 입막음용 돈’ 의혹으로 형사 기소되면서 지지자 결집 효과가 일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적지 않은 미국 유권자들은 두 전·현직 대통령의 재출마와 재대결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 야후뉴스와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14~1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의 재대결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이 38%로 나타났다. 두려움과 슬픔, 희망은 각각 29%, 23%, 23%였다. 민주당 지지자와 민주 성향 유권자 중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를 원하는 이들은 절반 이하인 43%로, 공화당 지지자와 공화 성향 유권자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를 원하는 이들은 49%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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