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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보다 원청에 엄벌…법조계도 “지옥문 열렸다” 우려

■중처법 위반 대표 첫 법정구속

안전의무 소홀 '원청책임' 판단

이례적 실형…처벌 수위 온도차

“직접 감독 못 하는데 강한 처벌”

기업들 ‘경영활동 옥죌까’ 반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첫 법정 구속 사례가 나온 데 대해 산업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원이 안전 의무 소홀에 대한 책임을 하청업체보다 원청에 무겁게 부과한 데다 과거 사고 전력도 ‘죄질이 중하다’는 가중 요인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물론 법조계 안팎에서조차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맞춘 판결이라 하더라도, 현 추세대로 점차 처벌 수위만 높아진다면 기업의 경영 안정성만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강지웅 부장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한국제강 하청업체인 강백산업 대표 B 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

특히 원·하청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에 해당하는 판결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수위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하청보다는 원청에 더 큰 책임을 물은 것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사고 방지 등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A 씨에 대해 ‘안전보건관리 체계구축·이행 조치를 하지 않아 B 씨가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여기에 한국제강에서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A 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요인으로 꼽았다. 앞서 2021년 5월에도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40대 C 씨가 고철을 싣고 내리던 화물차에 부딪혀 숨지기도 했다. 과거 사고 전력은 물론 원청업체가 지닌 지위 등까지 고려해 양측의 처벌 수위가 갈린 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법원 판단에 “무리가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경총은 이날 성명에서 “현장 안전보건조치 여부를 직접 관리·감독할 수 없는 대표에게 경영책임자라는 이유만으로 엄격한 형벌 잣대를 적용했다”며 “하청업체보다 원청에 엄한 형량을 선고한 부분도 형벌체계상 균형·정당성을 상실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법조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는 부합하는 판결’이지만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는 사안에서 실형이 선고된 데다 원·하청 사이 처벌 수위도 차이를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엄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흐름이 법원 내 고착화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대재해법 담당 변호사는 “기존 판결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고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엄벌한다는 기조가 법원 내 굳어질 수 있다”며 “건설이나 중공업 등 평소 사고가 많은 제조기업들이 기소됐을 경우 현 판결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청업체가 아닌 원청에 더 큰 책임을 지우고 과거 사고 전력까지 가중 요소로 작용한다면 수년의 실형 선고도 앞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중대재해법 관련 변호사도 “사망자 수나 조치 등 사건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향후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이 내려질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며 “그동안 사고가 잦았던 기업일수록 법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말 그대로 ‘헬게이트’가 열렸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는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형량 수준에 대해서는 한국노총·민주노총 사이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예방할 수 있는 재해로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심판을 내렸다’는 게 한국노총 측의 입장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첫 실형을 선고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낮은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선고가 향후 선례가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 징역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 판결이 실형이라고 해도 가장 낮은 수준에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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