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 파출소에서 경찰관을 발로 차고 욕설을 쏟아내는 영상이 확산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촉법소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경찰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26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대한민국 14세 근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30초가량의 영상 속에는 파출소 안에서 수갑을 찬 한 소년이 "이거 풀어달라 너무 꽉 묶었다"고 요구하며 경찰관을 향해 욕설을 쏟아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소년은 한 경찰관이 '불리할 때만 존댓말을 쓰냐'고 꾸짖자 배 부위를 발로 2차례 걷어찼고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계속해서 욕설을 내뱉었다.
경찰에 따르면 만 13세인 이 소년은 지난 17일 택시를 탄 뒤 요금을 내지 않아 충남 천안동남경찰서 관내 파출소에 붙들려갔다. 이후 경찰관에게 발길질도 했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인 탓에 보호처분만 받았다. 형법상 촉법소년은 범행 당시 만 14세가 되지 않은 자를 말한다. 정확히는 만 10세 이상부터 만 14세 미만인 사람을 뜻한다.
누리꾼들은 "체벌은 안 된다는 내 믿음을 저버린다", "경찰 공무집행방해는 미성년자라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촉법소년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알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것"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영상 속 경찰관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일선 경찰들은 물리력을 사용할 경우 나중에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무대응이 최선'이라는 반응이다.
경찰청 예규인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주먹이나 발 등으로 폭행당할 경우 경찰도 손바닥이나 주먹·발 등을 이용하거나 경찰봉으로 중요부위가 아닌 신체를 가격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테이저건, 즉 전자충격기도 허용된다.
그러나 정작 일선에서는 이같은 규정을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경찰관은 "물리력을 사용했다가 사소한 규정 위반으로 엮여 곤욕을 겪는 동료 경찰이 많다"며 "모욕적인 폭행이더라도 신체에 크게 위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면 참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관 폭행을 비롯한 공무집행방해 사범 처벌이 대체로 관대하다는 점도 물리력 행사를 주저하게 만든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1∼11월 발생한 공무집행방해 사건 7001건 중 83.2%(5825건)가 경찰관을 상대로 한 사건이었다. 또 2021년 한 해 동안 1심 판결이 선고된 공무집행방해 사건 6954건 중 실형은 1242건(17.8%)에 그쳤다. 절반에 가까운 3179건(45.7%)은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193건(31.5%)은 벌금형이었다.
공무집행방해 피의자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5%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을 상대로 한 폭행 등 공무집행방해 처벌 수위가 약해 현장 경찰관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며 "공무집행방해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지면 결국 선량한 국민만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충남 천안 동남경찰서는 해당 영상이 최근 천안의 한 파출소에서 촬영된 것을 확인하고 자세한 사건 경위와 영상 유포 과정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소년은 촉법소년으로 어떤 혐의로 파출소에 연행됐는지 등은 수사 중인 사안으로 밝히기 어렵다"며 "어떻게 영상이 유포됐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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