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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이 미쳤다"…욕설에 음담패설·도박까지 장병 휴대폰 사용의 '그늘'

軍 디지털 범죄 3년간 1700건

플랫폼 활용 상관 모욕도 다수

범죄 증가세에도 사용확대 논의

"앱 사용 등 고민·보완 필요한 때"


“‘마음의 편지’를 스마트폰으로 받으니까 지휘관에 대해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완전 xxx 같다’ ‘지휘관이 미쳤다’같이 내용 없는 비판과 욕설이 게시되기도 합니다.”

경기도에 있는 모 부대의 한 간부는 최근 ‘마음의 편지’를 모바일로 받으면서 크게 당황했다. 익명 보장에 기댄 채 상관에 대해 심한 말을 서슴지 않는 부대원들이 상당수였기 때문이다. 육군이 군인들의 고충 처리 및 설문 조사를 위해 도입한 ‘소통과 공감’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부대가 늘어나면서 상관 모욕이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병사 휴대폰 사용 전면 허용 이후 군 내에서도 디지털 범죄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군 당국이 각종 모바일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7일 육군·공군·해병대 군사경찰이 임병헌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실에 제출한 ‘병사 휴대폰 사용에 따른 도박 등 범죄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0년 7월~2023년 3월 발생한 디지털 범죄는 총 1691건에 달했다. 세부 유형별로는 도박, 사기, 디지털 성범죄 발생 건수가 각 850건, 352건, 34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로 해병대에서는 한 병장이 특정 사이트에 접속하면 무작위로 채팅 상대를 정해주는 ‘랜덤 채팅’ 앱으로 알게 된 민간 여성에게 성적인 내용의 음성 녹음을 전송한 것이 적발돼 군사경찰에 입건됐다. 또 육군의 한 일병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물품 판매 글을 게시한 후 민간인 피해자 6명에게 물품 대금을 송금받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는 사기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휴대폰 사용 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군은 휴대폰 사용 확대를 논의하고 각 군별 2~3개 부대를 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병 휴대폰 소지 시간 확대 시범 운영’을 실시했다. 현재 평일 오후 6~10시, 주말 오전 8시 30분~오후 10시까지인 휴대폰 이용 시간을 최소형(일과·취침 이외 시간), 중간형(취침 이외 시간), 자율형(24시간) 등 3개 유형으로 적용해 시행했다.



최근 육군이 시범 운영 중인 ‘AI 기반 미래 정신 전력 교육 플랫폼’은 메타버스, 교육 영상, 평가 등의 기능을 갖춰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로 모든 교육이 가능하지만 오히려 교육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일선 부대 장병들의 평가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부대 관계자는 “교관이 앞에서 설명해도 집중을 하지 않는데 핸드폰으로 각자 교육을 들으라니 그게 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한 공보정훈 장교는 “모바일 플랫폼이 지휘관들의 부대원 교육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군 내에서 휴대폰 이용이 자유로워질수록 병사들이 각종 범죄에 노출되거나 범죄 당사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당국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남궁승필 우석대 군사학과 교수는 “모바일을 통한 교육이나 면담도 하나의 도구라는 측면에서는 유용하다”면서도 “휴대폰 이용으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 훈련병 기간에라도 강하게 교육하고 각종 앱 사용에 대한 고민과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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