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제27조 1항 보행자 보호 불이행하셨습니다.”
교차로 우회전 일시 정지 단속이 본격 시행된 지 6일째에 접어들었지만 운전자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오후 2시부터 도산공원 사거리에서 우회전 일시 정지 단속에 나선 강남경찰서 소속 교통경찰들은 불과 2시간 동안 법규 위반 차량을 총 23대 적발했다. 계도 차량만 50대에 달했다. 이날 현장에서 우회전을 한 차량 10대 중 7대가량이 일시 정지 의무를 위반한 수치다.
올해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운전자는 교차로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직진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 반드시 일시 정지한 뒤 우회전해야 한다. 차량 신호등이 녹색일 때 보행자가 보이면 즉시 일시 정지해야 하고, 보행자가 없는 경우에는 서행 우회전해야 한다. 또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는 녹색 화살표 신호가 켜질 때 우회전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해 적발되면 승합차 7만 원, 승용차 6만 원, 이륜차 4만 원의 범칙금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이날 단속된 운전자 대부분은 바뀐 법규를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한 40대 운전자는 “이런 법규가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보행자가 없으면 그냥 가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홍보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줄을 이었다. 배달 대행업에 종사하는 이륜차 운전자 김찬우(57) 씨는 “보행자 보호를 위해 당연히 필요한 단속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홍보가 충분히 되지 않았는데 단속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자 류 모(38) 씨는 “다양한 방법으로 운전자에게 충분히 바뀐 법규를 홍보했어야지 갑자기 단속에 나서 벌금 6만 원에 벌점 15점을 부과하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적발된 운전자들의 경우 복잡한 법규를 놓고 경찰과 논쟁을 하기도 했다. 늘 같은 길을 운전하고 다닌다는 양 모(47) 씨는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만 정지해야 하는 줄 알았다”면서 “일시 정지했다가 정차 중에 뒤 차가 들이받으면 과실 비율이 어떻게 되느냐”고 경찰관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택시 운전자 배 모(73) 씨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회전하는데 표지판도 없고 신호도 없다”며 억울함을 나타냈다.
경찰 관계자는 “선두 차량이 정지했다 주행하면 뒤 차량들은 일시 정지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 등 모호한 부분이 있기에 아직은 단속보다는 계도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할 때는 무조건 일단 정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영 강남경찰서 교통과 경위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계도 및 홍보 활동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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