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재정지출 삭감을 조건으로 한 부채한도 상향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 법안을 무력화할 예정인 가운데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화당이 상정한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과 지출 삭감을 연계한 법안이 이날 찬성 217표, 반대 215표로 하원에서 아슬아슬하게 통과됐다. 법안을 주도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가결 직후 “부채한도를 늘리면서도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는 법안”이라며 “미국을 올바른 길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부채한도를 한시적으로 1조 5000억 달러 상향하는 대신 내년 연방정부 지출을 1300억 달러 삭감해 2022년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재생에너지 관련 세금 인센티브 일부를 없애고 빈곤 퇴치 프로그램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기존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던 정책들을 포기해야 할 수준의 지출 삭감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 법안이 상원에 회부되는 즉시 부결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공화당과의 협상 문제와 관련해 “매카시 의장과 기꺼이 만날 것이지만 부채한도 연장 문제 때문은 아니다. 그것은 협상 불가”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미 정치권의 대립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의회예산국(CBO)은 현재 부채한도를 올리지 않으면 미국이 이르면 7월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도 미국 국채의 기술적 디폴트 위험이 “사소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부채한도 논쟁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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