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1분기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 58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4년 만의 분기 적자이자 사상 최대 적자 규모다. 이에 따라 27일 공시된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5.5% 줄어든 6402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분기에도 반도체 부진이 이어져 삼성전자가 전사 기준으로 15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날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3조 4023억 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악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제조업 생산의 10%,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분야 1·2위 기업의 최악 적자 쇼크는 한국 경제 전반의 심각한 위기 징후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유능한 인재 확보와 초격차 기술 개발에 있다. 미래를 대비한 과감한 선제 투자로 인재를 키우고 기술력을 높여야 반도체 경기 회복기에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1분기의 혹독한 불황에도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17조 원 이상을 쓴 것은 의미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반도체·배터리·바이오·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의 청년 인재 교류에 합의한 것도 환영할 일이다. 양국이 총 6000만 달러를 공동 투자해 진행할 ‘한미 이공계 청년 특별교류 이니셔티브’에 따라 장차 2023명의 한국 청년들이 미국의 첨단 분야 석·박사 학위 과정을 이수하고 미국의 반도체 설계 등 첨단산업 현장 체험의 기회를 얻게 된다. 때마침 교육부는 올해 대학 입시부터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대학의 14개 반도체 학과 입학 정원을 총 654명 늘리기로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이 ‘100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주요국들이 사활을 걸고 뛰어드는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이 붙잡을 수 있는 생명줄은 유능한 인재들이 쌓아올리는 압도적 기술력뿐이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메모리 반도체에서 확고한 선두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파운드리·팹리스 등 다른 분야에서도 최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업의 투자와 정부·국회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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