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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에서] 100년의 인연, 믿을 수 있는 경제파트너 루마니아

■임갑수 주루마니아 대사

한·루마니아, 외교적으로 최상 관계

이와 비교해 경제관계 한참 못 미쳐

지난해 한국 경제사절단 처음 방문

정부 협력 사업 성공 사례 만들어야

임갑수 주루마니아 한국대사. 외교부




1919년 파리강화회의, 상해 임시정부 대표로 파견된 독립지사 김규식은 열강들 앞에서 한국의 자주와 독립을 호소했다. 그러나 1차 대전 승전국들이 가난에 찌든 식민지 출신 비공식 대표의 호소에 귀를 기울일 리 없었다.

체념에 빠져있던 우리 대표에게 다가와 따뜻하게 격려해 준 이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오랜 세월 나라 없이 지내다가 불과 50년 전에 나라를 이뤘다. 한국도 머지않아 자유로운 독립국가가 될 것이다. 한국은 부활할 것이며, 한국의 날이 올 것이다.’ 우리 대표를 격려한 사람은 승전국 자격으로 파리회의에 참석한 루마니아 대표였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소설 ‘25시’의 루마니아 작가 비르질 게오르기우의 ‘한국, 극동(極東)의 미지의 아름다운 나라’에 실린 내용이다.

100여 년 후 루마니아에 있어 대한민국은 최선진국 중 하나이다. 이곳 부쿠레슈티에 주재하는 70여 명의 외국 대사들 중 오직 7개국 대사들만 자국의 국산 세단에 자국 국기를 달고 외교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사는 그 7개국 대사 중 한 명이다.

필자가 일하면서 느낀 2개의 간극이 있다. 첫째, 루마니아는 대한민국을 잘 알고 좋아하며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에게 루마니아는 아직 낯선 나라다. 루마니아 내 우리 국민 수, 관광객 수, 진출 기업 수 등을 인근 국가와 비교하면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둘째, 외교적 관계와 경제적 관계 간 간극이다. 외교적으로 한·루마니아는 최상의 관계다. 우리 두 나라는 우호협력 관계를 넘어 전략적 동반자 관계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 서로 백신과 진단키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팬데믹 이후 루마니아와 가장 활발하게 고위급 교류가 있던 나라도 우리나라였다. 우리 외교장관 취임 후 한달 만에 외교장관 간 통화가 있었고 우리 국회의장이 취임 후 맨 처음 공식 방문한 나라가 루마니아였으며 지난해 12월에는 루마니아 하원의장, 국무총리, 6명의 장관이 방한했다.



반면 경제관계는 한참 못 미친다. 1990년 수교 이후 누적 투자액은 11억 3000달러 수준이며 지난해 교역규모도 13억 달러대였다. 지난 2월 대한상의가 이끈 경제사절단이 루마니아를 방문했는데 수교 후 처음이었다.

그간 루마니아 정부와 재계 인사들에게 이런 간극을 좁힐 전략을 설명해 왔다. 첫째 단기간에 경제관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다. 우선 전시효과와 유발효과를 낼 수 있는 정부 간 협력사업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 여타 기업들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

정부 간 대표적인 협력 사업이 방산과 원전이다. 이 분야는 우호협력 관계를 넘어 전략적 협력관계에 있는 국가 사이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올해는 우리 두 나라가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지 15주년이다.

둘째 경협은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 상호 호혜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사업에서 먼저 시작하자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정부 간 협력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루마니아는 큰 나라다. 국토 면적(한반도 1.1배)과 인구(2000만 명) 모두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여섯 번째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젊은 층 중심의 인적자원도 우수하다. 지정학적 안보 상황도 우리와 유사하다. 루마니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남부 끝에서 자유민주주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동북아의 북쪽 끝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있다.

안보와 경제가 수렴해 가는 상황에서 루마니아는 경제에 있어서도 우리의 최적의 파트너 중 하나다. 외교관계에서의 성과를 경제 분야에서도 이끌어내야 할 시기다.

개인적으로는 100여 년 전 나라 잃은 우리 대표를 격려해 준 호의를 후손 외교관이 되갚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당부한다. 참고로 유튜브에서 필자의 인터뷰 ‘동유럽의 진주, 루마니아’를 보면 루마니아를 이해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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