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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반복되는 업무 보완 지시…괴롭힘 아니다?

고용부 '직장 내 괴롭힘 매뉴얼'

"현장상황 너무 몰라" 비판 잇따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근로자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직장에서 업무 보완을 계속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거듭된 업무 보완 지시도 업무상 필요하다는 논리인데 현장에서는 업무 지시를 통한 갑질이 만연해 있어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8일 고용부는 최근 공개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대응 매뉴얼’에 업무적 보완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분류했다. 그간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유형만 발표해온 고용부가 비해당 유형을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해당 매뉴얼은 업무 보완 지시를 설명하기 위해 의류 회사 디자인팀장과 팀원의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사례에서 팀장은 신상품 발표회를 앞두고 팀원에게 새 제품 디자인 보고를 지시했다. 이에 해당 팀원이 수차례 시안을 보고했지만 팀장은 신제품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며 보완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이로 인해 해당 팀원은 늘어난 업무량 탓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고용부는 팀장이 팀원의 성과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업무를 독려하고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폭언이나 욕설 등 다른 부적절한 행위가 없다면 직원이 스트레스를 받아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것이다.





매뉴얼에는 또 팀장이 신입 사원에게 업무에 집중하라는 내용의 야단·질책·훈계를 하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도 적시됐다. 팀장은 신입 사원이 업무에 적응하도록 지적하거나 훈계를 자주할 수 있기에 이는 통상적인 관리감독자의 업무 범위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매뉴얼에 나온 해당 사례에서 당사자는 매일 일기에 상사의 질책 사항을 쓸 만큼 괴로움을 호소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2019년 근로기준법에 명시되며 범죄행위로 규정됐지만 정부의 다각적인 대책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30.1%는 최근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폭행과 폭언, 모욕, 따돌림, 업무 외 강요, 부당 지시는 괴롭힘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10.6%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매뉴얼에 대해 “근로 현장에서는 업무 보완을 계속 지시하는 방식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민원이 많다”며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은 고용부가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직장 내 괴롭힘 매뉴얼은 원칙적인 업무 보완 지시를 가정한 것”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피해를 입으면 최대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의 다른 관계자도 “매뉴얼에 있는 상황은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 판단은 평소 언행, 업무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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