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과 의사 면허취소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비단 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간호사보다 힘이 없는 보건의료 약소 직역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고, 범의료계 총파업에 나설 계획입니다.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28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앞 천막농성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27일) 보건의료연대에 참여하는 13개 보건의료직역 단체장들과 긴급 회의를 가진 결과 만장일치로 총파업 결정이 내려졌다"며 "5월 4일 부분파업으로 시작해 차츰 투쟁 수위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동안 단체별 세부 논의를 거쳐 총파업 규모와 진행 일정 등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래 2014년 비대면 진료 도입, 2020년 의사 증원 추진에 이르기까지 총 3차례 정부 정책에 반발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반발해 총파업에 돌입하면 네 번째가 된다.
이 회장은 번번이 환자 생명을 볼모로 삼는다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듯, "파업이 국민에게 끼칠 피해를 알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한다"며 "이번 파업은 의사들의 파업이 아니라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간호사보다 힘없는 직역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부분파업도 정부를 향해 보건의료단체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도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란 것이다. 그는 "지역별로 파업 일정을 달리 하거나 오전, 오후 등 진료시간 일부를 파업에 할애하는 등의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며 "13개 단체별 지부장 회의에서 구체적 로드맵이 나와야 겠지만 총파업 강행 의사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특히 의사, 간호조무사 단체의 파업 의사가 강경하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이 회장은 이날 대국민 서신을 통해 "국민 여러분이 당장 체감하지 못하더라도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은 향후 5년, 10년 이내 국가 전반의 의료의 모양새와 질을 결정지을 심각한 위협"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13개 단체장들이 단식이라는 절체절명의 방식을 통해서라도 강력히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은 간호사 직역만의 처우 개선에 치우쳐있고, 간호조무사 등 다른 약소 직역의 처우 개선은 단 한 줄 언급조차 없다"며 "의사면허취소법은 의료와 상관없는 금고 이상의 모든 형에 의해 의사면허를 박탈한다는 내용으로 직업상의 자유를 제한하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불합리한 법안"이라고도 각을 세웠다.
전일 여당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 안에 포함된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따로 떼어 단독 법으로 제정하는 것이다. 의협 등은 간호법 제정안 중 '지역사회 간호'라는 표현을 문제 삼고 "향후 간호사들이 단독 개원하는 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날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는 의료인에 대한 결격·면허취소 사유를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협은 이들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 법안이 최종적으로 제정되면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재차 밝히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본회의 의결 직후 간부 회의를 열어 긴급상황점검반을 구성한 데 이어 자체위기평가 회의를 개최하고 △의료계 동향 △위기경보 발령 요건 등을 고려해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 발령을 내린 상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계가 찬반으로 갈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주도로 간호법이 의결돼 매우 안타깝고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며 “보건의료 단체가 간호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알지만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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