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자격으로 방미한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문화 분야에서의 국가 장벽 및 규제 철폐 의지를 밝혔다. 이는 K팝·K무비 등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문화 콘텐츠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문화 진흥 산업의 방향을 수세적이고 국수적인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공세적이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28일 미국 워싱턴DC 미국영화협회(MPA) 건물에서 개최된 ‘글로벌 영상 콘텐츠 리더십 포럼’에 참석해 이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해당 발언에 앞서 “한미 동맹이 70년간 발전해오면서 우리 대한민국도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적인 문화 강국이 됐다”며 “경제만 성장한 것이 아니고 그동안 한국의 음악·영화, 이런 다양한 분야의 문화가 굉장히 많이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화는 국가가 경계를 해놓으면 안 된다”며 “코리안 마켓도 싱글 월드 마켓에 당연히 편입되는 것이고 한국 문화나 영화 관련 규제 중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게 있다면 반드시 철폐하고 없애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저작권 분야에서 할 일이 많다”며 “굉장히 낮은 수준의 규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미 양국 콘텐츠 사업의 교류와 협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도록 공동 제작 확대 등 협력 모델 창출, 인적 교류 및 투자 활성화, 저작권 보호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한 문화계 관계자 등에게 “한미 간 문화 협력을 더 강화하고 한미가 전 세계 문화·영화 시장에서 함께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모두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이미경 CJ 부회장을 비롯해 SLL·왓챠·에이스토리·래몽래인·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 대표들과 배우 이서진 등이 참석했다. 아울러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박보균 장관을 비롯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도 배석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윤 대통령을 초청한 미국영화협회를 비롯해 파라마운트·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NBC유니버설·소니픽처스·월드디즈니·넷플릭스 등 쟁쟁한 글로벌 영상 콘텐츠 기업 CEO들도 자리를 함께하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했다. 찰스 리브킨 미국영화협회장은 “놀라운 K콘텐츠 성공이 전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며 “미국 콘텐츠 창작자들도 한국의 모범을 따라서 아직도 노력해야 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 말미에 미국영화협회장으로부터 영화 ‘블랙팬서’ 감독의 사인이 담긴 포스터를 선물로 전달받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영화 블랙팬서가 부산에서 주요 장면을 촬영했던 것처럼 양국이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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