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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철의 행동경제학]왜 줬다 뺐으면 불쾌해할까

한국제도경제학회 행동경제학 특별위원장

이득보다 잃었을때 더 민감히 반응

사내 혜택 줄면 손실 회피 심리 작동

직원 소통 늘려 '복지 갈등' 풀어야





얼마 전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직장 거지 배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믹스커피를 타 마실 때마다 이름을 적어야 한다” “물은 각자 돈 내서 사 먹는다” “다 쓴 수정 테이프를 보여줘야 리필을 받는다” 등의 댓글들이 앞다퉈 올라오며 자기 회사의 궁상맞음을 치열하게 다퉜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가장 기본적인 복지 혜택마저 축소하고 있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는 씁쓸한 사건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렵다는 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생존을 위해 비용을 줄이기 마련이다. 다만 순서는 있다. 불필요한 비용부터 줄인다. 인건비 감축에 앞서 복지 혜택을 줄인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은 재택근무, 주 4.5일제 등과 같은 복지 혜택을 축소하거나 없애고 있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직원들을 위한 카페의 운영 시간을 줄였다. 페이스북의 모 회사 메타는 세탁 서비스와 차량 공유 서비스 지원을 없앴다. 트위터는 무료 식사 제공을 중단했다. 이런 현상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퍼크세션(perk-cession)’이라고 이름 붙였다. 복지(perk)와 경기 침체(recession)의 합성어다.

사실 복지 혜택은 일단 만들어진 후에는 없애거나 축소하기가 쉽지 않다. 직원들이 ‘회사가 복지를 줬다 뺏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지 혜택이 원래 없었을 때보다도 회사 분위기가 더 나빠지는 경우도 생긴다. 왜 그런 걸까.



행동경제학에서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통해 이런 현상을 설명한다. 전망 이론의 핵심은 ‘사람들은 확실한 이득은 취하고 확실한 손실은 피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확실한 손실을 피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이라고 부른다. 일례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A를 택할 경우 500만 원을 받고 B를 선택하면 1000만 원을 일단 준 후 500만 원을 도로 가져간다고 가정해보자. A와 B는 최종적으로 500만 원을 얻는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즉 주류경제학 측면에서 A와 B는 동일한 효용을 주는 선택지인 셈이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에서 두 선택지의 효용은 다르다. B는 1000만 원을 받았다가 500만 원을 빼앗겨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런 불쾌함을 30만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B의 효용은 1000만 원에서 500만 원과 30만 원을 각각 제한 470만 원이 된다. 즉 사람들이 B보다 A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판단인 것이다.

또 선택지 B에서 500만 원 이득을 볼 때 심리적으로 얻는 효용의 절댓값보다 500만 원 손실을 봤을 때 심리적으로 잃는 효용의 절댓값(530만 원)이 더 크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즉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손실 회피 성향이다.

기업이 어려울 때 직원들을 위한 복지 혜택을 줄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복지 축소에 대해 직원들이 심리적으로 어떻게 느낄지 충분히 고려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이로 인한 노사 갈등을 좀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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