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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적다는 말에 선택" 중입자치료 1호는 환자 소감 들어보니 [헬시타임]

연세암병원, 28일 국내 첫 중입자치료 시작

첫 대상은 전립선암 2기 진단받은 60대 환자

주치의 이익재 중입자치료센터장이 환자에게 치료 과정을 설명 중이다. 사진 제공=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를) 시작한지 몇 분 되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끝났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듣던 대로 통증은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

28일 오전 세브란스병원에서 중입자치료를 받은 60대 환자는 "치료 기간 중 특별히 피해야 할 음식은 없다고 하니 편하게 식사부터 해야 겠다"며 홀가분한 표정으로 치료실을 나섰다.

연세의료원이 약 3000억 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로 들여온 중입자가속기가 세브란스병원에서 첫 가동을 시작했다. 첫 치료 환자는 전립선암 2기 환자다. 지난 2020년 건강검진에서 전립선 특이항원(PSAProstate Specific Antigen) 수치가 정상보다 높다는 것을 발견한 이 환자는 지난해 12월 서울 소재 병원에서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전립선 피막 안에만 1.2cm 크기의 종양이 존재했고 림프절과 주변 장기로 전이는 없는 상태였다.

수술을 고려하던 중 친구로부터 연세의료원이 중입자치료를 도입한다는 소식을 접했다는 환자는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고 후유증이 적다는 장점에 치료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중입자치료를 받은 1호 환자가 된 것이다. 28일 첫 조사 이후 3주동안 12회에 거쳐 치료를 실시하게 된다.

◇ 정상조직 손상 최소화하고 암세포만 정밀 타격


중입자치료는 X선이나 감마선을 이용하는 기존 방사선치료와 달리 가속기(싱크트론)으로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암세포에 에너지빔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암 주변 정상조직에는 거의 손상을 가하지 않고 암세포만 정밀 타격해 '꿈의 암 치료기술'로 불린다. 빔이 인체를 통과할 때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암조직을 지나치는 순간 에너지 전달이 절정에 이르렀다가 소멸되는 ‘브래그 피그(Bragg Peak)’ 원리를 이용한다. 덕분에 생물학적 효과가 X선보다 2~3배 우수한 데도 암세포 이외 다른 정상 조직에 대한 영향은 적다.

연세암병원 의료진들ㅇ; 엑스레이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실제 조사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세의료원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러한 특징을 가리켜 ‘암치료 명사수’라고 표현했다. 암세포 외에 다른 정상 조직에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건 환자가 겪는 치료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는 의미다. 우수한 치료 효과 못지 않게 암환자가 겪어야 하는 투병 생활 전반에서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국립암센터에서 시행 중인 양성자치료 역시 입자치료의 일정으로 치료 원리가 동일한데 양성자치료는 수소 원자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 한국, 7번째로 중입자치료 시작…첫 암종은 전립선암


중입자치료 경험이 가장 풍부한 나라는 일본이다. 중입자가속기를 보유한 나라는 일본을 비롯해 중국·독일·이탈리아·대만 등 6곳에 불과했다. 한국은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계기로 중입자가속기를 보유한 7번째 국가가 됐다. 미국도 현재 메이요클리닉에서 설치 중으로 아직 중입자가속기가 없다. 중입자치료는 기본적으로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에 가능하다. 특히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산소가 부족한 환경의 암세포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이러한 저산소 암세포는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생명력이 그만큼 강하다. 강한 방사선 조사량에도 견디며 항암약물 역시 침투가 어려워 치료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연세암병원 의료진이 포지셔닝룸에서 엑스레이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은 일본 의료진들의 경험을 토대로 고민한 끝에 중입자 치료 첫 대상 암종을 전립선암으로 정했다. 실제 일본에서는 중입자치료 환자 중 약 25~30%가 전립선암 환자다. 일본에서 중입자치료로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두 번째 암종일 정도로 우수한 치료 효과를 검증 받았다.

국소 전립선암에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지표 중 매우 중요한 지표가 바로 생화학적 무재발률이다. 생화학적 재발은 혈액검사에서 PSA 수치가 최저치보다 2ng/ml 이상 상승한 상태를 뜻한다. 저위험군 전립선암에서 생화학적 무재발률은 중입자, X선 치료 모두 비슷한 성적을 보이지만 중등도 이상의 위험군부터는 중입자치료의 5년 생화학적 무재발률이 월등히 우수하다. 치료 후 전립선암 세포가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재발 위험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에서는 중입자치료의 5년 생화학적 무재발률이 일관적으로 90% 이상으로 보고됐다. 세기조절방사선치료, 체부정위방사선치료 등 X선 치료의 경우 5년 생화학적 무재발률이 70~80%로 보고된 바 있다. 무엇보다 전립선암 치료로 발생할 수 있는 소화기계 부작용인 혈변 등은 물론 빈뇨·절박뇨·혈뇨 등 비뇨기계 부작용 발생률이 낮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최진섭 연세암병원장은 “중입자치료는 췌장암, 폐암, 간암 등 여러 고형암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귀암의 치료는 물론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치료 등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고정형 1대부터 가동…"내년 중순께 3대 모두 가동 예상"


연세의료원은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 총 3대의 중입자가속기를 들여왔다. 회전형 치료기를 2대를 선보이는 것은 연세의료원이 최초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평균 치료 횟수를 낮출 수 있던 비결이다.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로 X선치료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환자 한 명당 치료 시간은 2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준비과정에 시간이 소요돼 치료기 3대에서 하루 동안 약 50여 명의 환자를 치료할 계획이다. 특히 회전형은 방사선을 암 부위에 가장 효과적인 방향을 설정하여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만큼 치료 효과는 높이는 동시에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연세의료원 회전형 치료기에 사용되는 갠트리 시스템은 기존 치료기에 비해 크기는 작고 무게는 가볍다. 크기는 일본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QST병원) 갠트리에 60% 정도다. 크기가 작은 만큼 빠른 회전이 가능해 치료 시간이 줄어든다. 또 기존 치료기에 비해 중입자 조사 부분 스캐닝의 정밀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호흡 동조 치료가 가능하다. 호흡 동조 치료란 중입자 조사 시에 환자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종양 위치를 분석해서 방사선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의료진이 조정실에서 엑스레이 검사에서 중입자 조사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조정실은 치료 과정 전반을 관장하는 곳이다. 사진 제공=연세의료원


다만 치료기 3대가 모두 가동되려면 1년 가량 더 기다려야 한다.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은 "중입자가속기 3대 중 고정형 1대부터 가동을 시작했다"며 "올해 말 정도 되면 회전형 1대를 가동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3대 모두 가동되려면 내년 중순께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360도 돌아가는 회전형은 각도마다 에너지 빔이 조사되는 과정을 일일이 측정해야 하는데, 한대당 6~7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정형과 회전형 3대를 동시 가동하게 되면 연간 900명 정도의 신환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회당 치료시간 30분 채 안되고 일상생활 중 제약 적어


치료 전 자세 교정과 실제 조사 등을 모두 합해도 실제 치료 총 시간은 30분이 채 안된다. 평소 즐기던 운동, 여행 등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환자 입장에선 큰 장점이다. 전립선 뒤쪽이 항문과 가깝기 때문에 한 달 정도 탕 목욕을 피해야 한다는 정도가 주의사항인데, 대상으로 선정되면 고정기구를 제작하고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물론 모든 전립선암이 중입자치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립선암 병기 1~4기 중 4기와 전이가 있는 케이스는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수술로 전립선을 절제한 경우와 이전에 전립선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받았어도 마찬가지다. 암세포 덩어리를 대상으로 하는데 치료를 받으면 대상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막 국내 첫 발을 뗀 만큼 중입자치료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전립선암의 경우 평균 12회 치료할 때 비급여 기준 55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과거 중입자치료를 받기 위해 해외 원정을 떠날 경우 소요되는 비용만 1~2억 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줄었다. 다만 모든 환자들이 선뜻 결정하기 쉬운 금액은 아니기에 하루빨리 보험이 적용되길 기다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암종에 따라 치료횟수와 비용도 달라질 전망이다.

최 병원장은 “이번에 시작한 고정형 치료기를 이어 회전형 치료기를 가동하며 중입자치료 대상 암종을 확대할 것”이라며 “중입자치료를 갖춘 연세암병원은 수술, 항암제 등 다양한 치료 옵션으로 암 정복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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