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강아지와 놀기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2학년 현진이는 언제부턴가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겼다. 처음에는 "어린 애도 다크서클이 생기는가 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현진이 엄마는 아이의 눈밑이 점점 짙어지자 걱정이 됐다. 아이가 밤늦게 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피곤해 보이지도 않는데 어린 나이에 벌써 다크서클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궁금해 하던 현진이 엄마는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가 의외의 소견을 들었다.
◇ 흔히 보이는 ‘다크서클’, 알레르기비염에 의한 증상일 수도
눈 밑의 지방이나 색소 침착 등으로 눈 밑부분이 거무스름하게 어두워 보이는 증상을 일컬어 흔히 ‘다크서클(dark circle)’이라고 한다. 공식적인 의학용어는 아니지만 얼굴 피부 중에서도 눈 주변 조직이 가장 얇은 만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눈 주변의 피부 멜라닌 색소가 침착되거나 눈 밑 피부가 얇아서 눈 밑 혈관이 드러나 어두워 보이는 경우, 또는 눈 밑 잔주름 및 눈 밑 지방 등이 대표적 원인이다.
그런데 아이나 여성 중에는 ‘알레르기비염’에 의해 다크서클이 생기는 경우도 많아 관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경훈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알레르기비염이 있을 때 다크서클이 생기는 주된 원인은 코 혈관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눈 밑에 혈류가 정체되고, 색소가 피부에 침착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비염이 있으면 코로 숨 쉬는 것이 어렵다 보니 입으로 숨 쉬는 습관이 오래되면서 얼굴형이 길어지기도 한다.
만약 어린 자녀의 눈 밑 다크서클이 심하다면 알레르기비염이 아닐지 한 번쯤은 의심해 보고 병원을 찾아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실제 소아 알레르기비염 환자의 약 60~70%에서 다크서클이 동반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다크서클이 짙고 크기가 클수록 알레르기비염의 중증도가 올라간다는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세 미만 소아청소년의 알레르기비염 유병률은 18%로 집계된다. 알레르기비염 증상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는 비율은 약 23%까지 올라가는데, 소아보다는 청소년 연령층의 유병률이 더 높다.
◇ 증상 표현 못하는 어린 아이들, 알레르기비염 진단 놓치기 쉬워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알레르기비염에 대한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비염으로 코막힘이 심하면 입으로 숨을 쉬어 아이들이 호흡기 질환에 자주 걸리게 된다. 구강구조나 안면 윤곽의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끼쳐 부정교합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아이의 알레르기비염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을 경우 비염이 심해지면서 산소가 뇌로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만성피로와 코점막이 붓고. 코에 콧물이 가득 차게 된다. 코막힘, 두통 증상으로 시작해 증상이 오래 지속될수록 다크서클,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어린 아이에게 알레르기비염이 생긴 경우 스스로 증상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보호자가 증상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면 시간이 지난 뒤에 한의원 등을 찾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나이에 발병한 알레르기비염을 빨리 치료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추후 치료 기간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장, 외모, 성격 형성 및 학습능력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고 집중력, 암기력, 기억력 등이 저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학계에서는 알레르기비염 환아들에게서 학습수행능력이 떨어진다는 논문들이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으며, 적절한 치료가 진행되면 학습수행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알레르기비염을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항생제를 자주 복용할 경우 식욕부진과 소화 기능 저하를 유발할 뿐 아니라 수면을 방해할 수도 있어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소아청소년기 알레르기비염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할 이유다.
따라서 평소 아이의 상태에 관심을 갖고 주의깊게 관찰하되, 다크서클이 있거나 코막힘, 콧물, 재채기 등이 잦고 두통, 안구충혈 등의 증상이 있다면 호흡기알레르기 전문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을 찾아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아이가 알레르기 질환이 의심되면 병원을 방문해 혈액검사나 피부반응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유발 물질 항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식품 요인과 흡인성 요인으로 나뉘는데 흡인성 요인의 경우 꽃가루와 동물털, 진드기 종류 등의 알레르기 인자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알레르기 증상 심할 땐 약물·면역요법 병행하기도
최근에는 약 100여 가지 종류의 원인을 한 번에 확인해 해당 알레르기 물질에 대한 회피와 약물치료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증상이 심한 경우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함께 알레르기 면역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알레르기 면역치료는 해당 알레르기 항원을 단계적, 반복적으로 인체에 노출시켜 면역관용을 유도함으로써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다. 대개 3~5년 정도 시행하면 알레르기질환의 호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면역치료는 우리 몸이 점차 적응할 수 있도록 소량의 알레르기 물질을 낮은 농도로 투여하면서 점차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팔에 주사를 맞는 ‘피하주사면역요법’, 혀 밑에 약물을 떨어뜨리는 ‘설하면역요법’, 알레르기 식품을 복용하는 ‘경구면역요법’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 몸이 점차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원인 물질을 서서히 증량해 가다보면 알레르기 반응이 둔화되어 알레르기 면역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식품 알레르기의 경우에는 경구면역요법으로 실제 음식을 통해서 3~4개월간의 증량기를 거치고 이후로 총 3~5년 정도 유지시기를 진행하게 된다”며 “설하면역요법의 경우 집먼지진드기에 국한되어 면역치료가 가능한데 보통 3~7일 정도의 증량기를 거치고 3~5년 정도 유지시기를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피하주사면역요법의 경우 집먼지진드기, 동물, 꽃가루 등 다양한 알레르기에 적용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3~4개월의 증량기를 거쳐 3~5년 정도 유지시기를 진행한다. 증량기에는 매주, 유지시기에는 한 달에 한 번씩 피하주사를 접종하는 방식이다.
면역치료의 효과는 개인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약 80~90%에서 알레르기 증상의 호전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면역치료에 효과가 있는 환자군의 경우 빠르면 치료를 시작한 지 2~4개월 내에 알레르기비염, 천식, 알레르기결막염 증상의 호전을 보인다.
이 교수는 “아이가 알레르기비염일 경우 원인 알레르기 물질의 회피,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요법, 면역치료를 아이의 중증도 및 선호도에 따라 치료를 결정할 수 있다”며 “면역치료는 약물치료로 증상 조절이 어렵거나 장기적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시도해 볼 수 있는데, 소아의 경우 만 5세 이상부터 면역치료가 가능하나 대개는 초등학교 입학하는 나이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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