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림(28·한화큐셀)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예 시절 ‘교포 아니냐’는 말을 종종 들었다. 틀에 박히지 않은 화법과 표정·제스처 때문이었다.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하고부터는 ‘미국에 가면 더 잘할 것’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폭발적인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 때문이었다.
실제로 김아림은 2020년 최고 메이저 대회 US 여자오픈에서 5타 차를 뒤집는 대역전 우승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자격과 US 여자오픈 10년 출전권을 따냈다. 어느덧 LPGA 투어 3년 차가 된 김아림을 지난 주말 KLPGA 챔피언십 대회장에서 만났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선 이 대회를 공동 22위로 마감한 김아림은 11일부터 뉴저지주에서 열리는 파운더스컵 출전으로 미국에서 경쟁을 이어간다. 최근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셰브런 챔피언십에서 우승 다툼 끝에 공동 4위로 마친 아쉬움과 자신감을 자양분 삼을 계획이다.
김아림은 요즘 실전보다 준비와 연습이 주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핀까지 남은 거리, 그린에서 홀까지 남은 거리 등을 경기하면서 일일이 다 적어요. 그렇게 쌓은 데이터를 토대로 코치님들과 상의한 뒤 전략을 짜고 그에 맞게 캐디랑 경기 운영 계획을 만들어가는 식이에요.” 수기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김아림은 130야드 안쪽 샷과 40야드 어프로치 샷, 5.5m 안쪽 퍼트를 가장 많이 남긴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부분들을 집중 연습하고 있고 효과가 나타날 무렵이면 (우승) 찬스가 훨씬 많이 올 것”이라고 했다.
김아림은 “예전에는 막연하게 ‘모든 걸 잘하면 모든 게 좋아지겠지’였는데 지금은 나한테 뭐가 필요한지, 뭘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연습한다. 수기를 통한 데이터 수집은 한국에 있을 때는 하지 않던 습관”이라며 “미국 진출 뒤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훈련하고 매니지먼트하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얻은 결론은 그들은 천재가 아니라는 거였다. 꼼꼼한 전략과 스마트한 훈련의 승리였다. 자연스럽게 저도 그들처럼 하게 됐다”고 했다.
댈러스에서 플로리다로 베이스캠프를 옮긴 것도 훈련에 초점을 맞추기 위함이다. 김아림은 “댈러스는 대회장 이동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플로리다는 코치님(토니 지글러)이 있는 곳이고 해가 가장 길어 연습 조건이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 선수들의 우승 소식이 뜸해진 데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김아림은 “태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 선수들의 LPGA 진출은 매우 활발한 데 비해 우리나라 선수들의 유입이 다소 정체된 영향도 큰 것 같다”고 했다. “저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더 많이 미국 무대에 도전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꾸준한 공부 덕에 코스 안에서 막힘없이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수준에 이른 김아림은 다음 우승 때는 영어 인터뷰를 기대해도 되느냐는 물음에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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