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로 촉발된 금융 불안의 다음 뇌관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찰리 멍거(사진)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산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또 다른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멍거 부회장은 4월 3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부실 대출에 대거 노출 돼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은행권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1924년생으로 올해 99세인 멍거 부회장은 억만장자 투자가 워런 버핏의 오른팔이자 버크셔해서웨이의 2인자다. 그는 “사무실 건물과 쇼핑센터, 기타 부동산 등이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며 “이미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을 철회하고 있으며 미국의 모든 은행들은 6개월 전보다 부동산 대출에 훨씬 더 엄격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새로운 경기 침체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코스타그룹이 집계한 미국의 사무실 공실률은 올해 1분기 12.9%를 기록했다. 2000년 집계가 시작된 후 최고치이자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난 데 더해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악성 대출도 늘고 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거래의 자금 조달 창구가 돼온 지역 중소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타격이 예상된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 위험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시장 전문 매체 코베이시레터를 인용해 “향후 5년간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5000억 달러(약 3350조 원) 이상 되는 상업용 부동산 부채의 만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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