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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로 16년…즐기듯 연기 묘비에 '댄싱퀸' 새기고싶어

◆뮤지컬 '맘마미아' 최정원 인터뷰

1030회 이상 무대, 전세계 최장

어느덧 극중 도나와 비슷한 나이

이해 폭 넓어져 연기톤 바꾸기도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맘마미아' 공연에 앞두고 라운드 인터뷰를 가졌다. 최정원은 딸 소피의 결혼식을 앞두고 옛 연인인 세 남자와 마주하는 '도나'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신시 컴퍼니




“이제 도나를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됐어요”

“뮤지컬 ‘맘마미아’를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외치는 최정원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작품 속 나오는 대사와 비슷한 모든 경험을 했고, 관객, 앙상블, 다른 배우들과 서로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거 같다"며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 소감을 밝혔다.

16년간 도나로 산 여자.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모든 뮤지컬 ‘맘마미아’의 ‘도나’중 가장 오래된 ‘도나'. 세계 최고의 도나. 최정원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맘마미아는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ABBA)의 음악을 중심으로 도나와 딸 소피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로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초연했다. 최정원은 2007년 합류해 벌써 1030회 이상 도나를 연기했다. 30대부터 도나 연기를 했고, 이제는 어느덧 도마와 실제 비슷한 나이가 됐다. 처음 공연을 시작할 때 열 살이었던 현실의 딸도 어느덧 극중 딸 소피와 비슷한 또래로 성장했다.

도나와 또래가 됐다는 말은, 앞으로는 도나 보다 나이가 들 것이란 말이기도 하다. 배우가 이제 도나 역할의 한계를 느낄 수도 있을텐데 기우였다. 배우는 연신 함박웃음을 지으며 “요즘 컨디션이 최고”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자신감의 원천은 오히려 ‘나이’에서 나온다. 배우는 “다른 뮤지컬에서는 경험하지 않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 상상을 해야 한다"며 "맘마이아는 실생활과 비슷한 상황이 많아 놀듯이 연기하고 나면 어느새 공연이 끝나있다”고 말했다. 최정원의 성격과 생활 자체가 ‘도나’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극중 도나를 대변해 작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극중 웨딩드레스 입는 걸 도와 달라고 찾아온 소피를 덤덤하게 대하는 도나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원래 도나와 소피는 이 장면에 앞서 크게 다툰다. 때문에 기존 대본에서는 도나가 먼저 찾아온 소피를 보며 이겼다는 생각에 ‘예스(yes)!’라고 외친다. 하지만 최근 훌쩍 커버린 딸을 보며, 이 장면이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연기 톤을 바꿨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2007년 공연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 쓸개관에 담석이 생겼다는 청천벽력같은 판정을 받은 것. 의사는 당분간 노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역을 맡자마자 그만둘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병원을 통원 하며 근성으로 버텼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공연이 모두 끝난 후 병원에 가니 담석이 사라졌다. 최정원은 “춤을 추다 돌이 빠져나간 건 아닐까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지난 2008년 ‘세계 최고의 도나’로 선정돼 스웨덴 말뫼에서 열린 ABBA 갈라 콘서트 피날레 무대에 선 최정원(가운데). 사진제공=신시 컴퍼니


이런 자신감의 원천은 철저한 자기관리다. 그는 “체력은 과거보다 지금이 더 좋다"며 "좋아하는 무대에 더 오래 남기 위해 몸에 좋다는 건 다 먹고 건강에 좋지 않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정원의 꿈은 ‘댄싱퀸’이다. 그는 “댄싱퀸은 가장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아니다. 노래 가사처럼 ‘신나게 춤추고, 멋진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라며 “언젠가 죽으면 묘비에 꼭 ‘댄싱퀸’이라고 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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