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4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4.2% 급감한 496억 2000만 달러에 그쳤다. 수출 부진으로 무역수지는 26억 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7개월 연속 역성장한 데다 무역수지도 14개월째 적자를 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수입이 줄었음에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분야의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중국과 아세안으로의 수출이 25% 넘게 고꾸라졌다. 수출구조를 보면 우리 산업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반도체를 비롯한 IT 품목과 철강, 석유화학 제품 등 경기 민감 품목의 비중과 대(對)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자동차와 선박 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반도체의 부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일 뿐 아니라 이마저도 언제 상승 사이클이 꺾일지 알 수 없다.
결국 우리가 수출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제2·제3의 ‘수출 효자’ 품목을 육성하는 길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원전·방산·바이오·로봇 분야 등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반도체와 자동차에 주로 의존해온 수출 품목의 다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시장 다변화도 시급하다. 특히 대중 수출 의존도는 우리 안보를 해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4월 대중 무역적자는 22억 7000만 달러로 개별 국가 가운데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확장 억제 강화를 합의한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 이후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시급한 과제가 됐다. 수입에서도 각종 핵심 원료와 소재·장비의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자원 개발 및 공급망 안정과 소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무역 적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 갈등 등의 대외적 악재의 영향이 큰 만큼 단기간 내에 해소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대외 신인도 하락과 우리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 가동으로 기업들의 수출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찾아내 곧바로 제거하고 전방위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규제 혁파와 세제·금융 지원 등을 서둘러 우리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고급 인재를 육성해 경쟁력을 갖도록 밀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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