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을 걸고 명품 브랜드를 설립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61)가 회사를 떠난다.
지난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은 “톰 포드가 13여 년 동안 맡았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화장품 대기업 에스티로더가 회사를 28억 달러(약 3조 7500억 원)에 인수한 뒤 내려진 결정이다. 후임은 그의 오랜 동료인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 피터 호킹스다.
2005년 남성복 브랜드로 시작한 톰 포드는 여성복·화장품·시계·향수 등 패션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배우 콜린 퍼스, 브래드 피트, 키이라 나이틀리와 가수 제이지 등이 톰 포드 디자인의 열성팬으로 꼽힌다. 가디언은 “포드는 그의 브랜드에 충성하는 유명인들만큼 자신도 유명해졌다”고 전했다.
2017년 포드는 모델 출신인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에 대해 “나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협찬을 거절한 바 있다. 이에 라스베이거스의 고급 호텔 윈(Wynn)에서 톰 포드 화장품·선글라스 판매를 중단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1961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난 그는 모델·배우를 거쳐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뒤 디자이너 일을 시작했다.
포드는 1990년대 위기에 빠진 명품 브랜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구찌의 부활을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벨벳 수트, 새틴 셔츠 등을 앞세워 구찌를 관능적이고 섬세한 느낌의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그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지 2년째 되던 96년, 구찌의 매출은 전년 대비 90%가량 증가했다.
1999년 구찌가 입생로랑을 인수한 뒤에는 두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직했다.
2009년에는 영화 ‘싱글맨’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콜린 퍼스와 줄리언 무어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랐다. 2015년 그가 감독한 제이크 질렌할과 에이미 아담스 주연의 ‘녹터널 애니멀스’는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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