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가장 두렵고 노골적인 두 투자자 사이 전투가 벌어지다.” (파이낸셜타임스)
월가 대표 행동주의 투자자 중 하나인 칼 아이칸의 회사가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됐다는 소식에 하루 사이 시가총액이 20%나 증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상대는 월가 대표 공매도 세력인 힌덴부르크 리서치다. 아이칸이 항상 다른 기업의 지배구조나 수익성 등에 문제를 제기해 오다가, 이번엔 되레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힌덴부르크는 2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이칸의 회사인 아이칸엔터프라이즈에 대해 “보유 자산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배당금을 과다 지급하기 위해 폰지 사기와 같은 형태로 경제적 구조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소식에 아이칸엔터프라이즈 주가가 이날 20%나 폭락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FT)는 회사 시가총액이 143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고 전했다.
아이칸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기업 사냥꾼으로, 기업 경영진에 두려워하는 투자자로 손꼽힌다. 숱한 기업들의 지분을 취득한 후 주주제안을 반복하는 식으로 경영에 개입해 많은 돈을 벌었다. 지주회사의 일종인 아이칸엔터프라이즈는 에너지, 자동차, 식품포장, 부동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투자하는 투자회사다. 아이칸은 이 회사의 지분 85%를 보유한 지배적 최대주주다. 힌덴부르크는 이 회사 주가가 75% 이상 과대평가됐다며 “순자산가치(NAV) 대비 218%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모든 비교 대상보다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빌 애크먼, 댄 로엡 등 다른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운영하는 투자사들과 비교해도 너무 높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 회사의 배당수익률 15.7%는 회사 주가 거품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비판했다. 힌덴부르크는 “미국 대형주 가운데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로, 이를 달성하는 수단이 합법적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신규 투자자에게서 받은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주고 있다. 폰지사기와 같은 경제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아이칸 측은 성명을 내 “힌덴부르크가 아이칸엔터프라이즈의 장기 주주들을 희생시키면서 공매도 포지션에서 이익을 내려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가 상대하게 될 힌덴부르크도 만만하지 않다. 2020년 전기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에 대해 그간 성과들이 모두 사기라고 비판했고, 이후 니콜라의 행각이 모두 사기로 판명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올해 들어서도 인도 재벌 아다니그룹이 주가 조작과 회계부정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영향으로 인도 최고 갑부인 고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의 재산이 불과 6일만에 520억달러나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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