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산 의약품 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내용의 ‘핵심의약품법(Critical Medicines Act)’을 추진하고 있다.
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벨기에·독일·프랑스 등 19개 EU 회원국들은 최근 EU 집행위원회에 주요의약품의 공급망을 모니터링해 중국산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요구했다. 이번 논의는 EU가 20년 만에 약사법을 대대적으로 손보기 시작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EU는 지난달 26일 의약품 가격을 낮추고 관련 단일 시장을 조성해 역내 국가들이 의약품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 초안을 내놓았다. FT는 “19개 EU 회원국들이 초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보건장관 비공식 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중국산 의약품을 유독 경계하는 것은 완제의약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료의약품(API)’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API의 40% 이상이 중국에서 조달됐으며 해외 기업도 대부분 중국에서 중간재를 공급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EU가 의약품 공급망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 같은 움직임에 불을 지폈다. 2021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초기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열제·진통제·항생제·인슐린 등 필수의약품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유럽연합약제단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EU 회원국의 75% 이상은 의약품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U는 주요 의약품 명단을 작성해 의약품 부족 사태에 선제 대응할 계획이다. 주요의약품에 포함된 경우 공급량을 모니터링하며 글로벌 밸류체인에 대한 지도를 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FT는 “핵심의약품법은 중국 의존도를 줄여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된 핵심원자재법(CRMA), 유럽판 반도체법과 같은 맥락에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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