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중국에서 운영 중인 반도체 공장에 장비를 반입할 수 있는 기한이 당초 올 10월로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적어도 1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면서도 동맹국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타협한 결과로 해석된다.
4일 정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최신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는 규제에 대한 유예 기간을 1년 추가하기로 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 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를 보도하며 이들 업체에 ‘무기한적인 최종사용인증(verified end use)’을 발급해 향후 반복적으로 승인을 받는 데 따르는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외부에 공개된 것보다 우리 정부의 노력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이에 대한 의견을) 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실시하면서 반도체 생산 장비도 통제 대상에 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공장을 가동하려면 장비 일부를 미국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두 업체는 1년간 수출 통제 조치에 적용되지 않는 유예 기간을 인정받은 바 있다. 당초 이 조치대로라면 미국산 장비를 중국 공장에 반입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에서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이 있다.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수출 통제로 중국에서 혼란에 빠지면 현지 경쟁사가 이익을 본다는 우려를 일부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FT는 “두 업체가 중국 경쟁사들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한국·일본·네덜란드 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동맹국을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에 동참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