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을 비롯해 121개 시민사회종교단체가 최근 건설노동조합 간부의 분신 사망에 대해 “정부는 노조 탄압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동안 노동계는 정부가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불법 대응에 급급하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이어왔다.
단체들은 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양회동 3지대장의 죽움은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과 무차별한 노조 탄압이 원인”이라며 “정부는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유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 양 3지대장은 1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했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2일 목숨을 잃었다. 그는 유서에서 “업무방해 공갈 적용이 억울하고 창피하다”고 호소했다.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건설업계에서 횡행하는 비리를 건설노조에 일방적으로 씌우고 건설노동자를 폭력적 집단으로 매도해왔다”며 “건설노동자는 노조활동을 통해 불법적 관행을 극복해왔다, 정권은 건설노동자의 (이런) 자부심을 짓밟고 노동자성을 전면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작년 말부터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채용 강요 등 여러 불법에 대해 강도 높게 대응했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가 불법이 일어난 구조적인 원인 해결은 소극적이라고 비판해왔다. 대표적인 게 월례비다. 월례비 근절은 정부의 건설현장 불법 대응의 핵심이다. 하지만 건설노조 측은 월례비가 추가 작업의 대가로 통용되는 등 노사 이해 관계로 만들어진 관행이란 점을 강조해왔다.
그동안 정부는 2017년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 대책, 2020년 관계부처 합동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 계획 등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노사정 협약도 여러 차례 체결됐다. 하지만 현장 관행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건설 노조의 지적이다. 오히려 처벌 일변도로 정책 방향이 정해지다 보니 건설현장 노사 갈등이 심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건설현장은 인력난과 위험한 작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매년 사망 산재 절반 가량은 건설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상습체불 대책 브리핑을 열고 “건설노조 가족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는 이런 불행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시장에서 공정과 노사 생상의 관행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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